잇딴 ‘태풍 펀치’ 맞은 북한의 식량 상황은...

워싱턴-홍알벗, 지정은 honga@rfa.org
2020.09.03
river_flooding_b 북한 조선중앙TV는 3일 태풍 '마이삭'의 북상으로 강원도 고성군도 영향권에 들었다며 피해 상황을 보도했다. 방송은 물이 넘쳐 고성군 도로가 차단되고 바다 물결은 3∼4m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앵커: 최근 잇달아 북한을 강타한 태풍 때문에 북한의 향후 식량 확보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3일 하루 단 3시간동안 132밀리미터의 물폭탄을 쏟아 부으면서 원산을 비롯한 북한 강원도 지역의 도심지와 농경지가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주일 전쯤 한반도에 상륙했던 제8호 태풍 ‘바비’ 때는 북한의 주요 쌀생산지인 함경도 일대가 물에 잠겼습니다.

AP 등 외신들은 3일, 일제히 북한의 수해 피해소식을 전하면서, 정확한 사상자 숫자나 피해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수많은 건물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도로와 교량이 유실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북한 관영매체를 인용해 태풍 마이삭 때문에 북한 동남부 금강군에서 교량이 붕괴됐다며 김책과 청진시, 고원군, 경흥군 등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로이터통신은 이날, 북한의 농업 부문은 특히 악천후에 취약해 올 여름 폭풍과 홍수로 인해 야기될 북한의 열악한 식량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관영 텔레비전 방송은 지난 달 제8호 태풍 ‘바비’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 2일 자정부터 3일까지 모든 정규 방송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태풍 마이삭 관련 소식을 24시간 긴급 편성해 방송했습니다.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관도 인터넷 사회관계망인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의 태풍 진행상황을 외부에 알렸습니다.

러시아 대사관 측은 2일 “우리는 3일 하룻동안 외부로 이동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북한 당국의 권고 공문을 받았다”며 “태풍 9호로 인한 강풍과 집중호우에 모든 대사관 직원이 안전한 장소에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연합 측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자우편을 통해 “우리는 24시간 운영되는 비상 대응센터를 통해 북한을 비롯한 전세계 자연 재해를 감시하고 있으며, 북한의 요청이 있을 경우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태풍 등으로 인한 북한의 곡물 수확량 감소를 우려했습니다.

한국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의 권태진 원장은 이날, 잇따른 태풍피해로 인해 북한의 쌀 등 곡물 생산량이 크게 줄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 당국의 개입과 규제로 물가의 기준이 되는 쌀값 등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권태진 원장: 작년에 북한의 쌀 수확량이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중국으로부터의 쌀 수입량도 올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거의 없다시피 한데요. 그런데 지금 수해가 닥치고 하면 올해 작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되지만, 최근의 쌀가격 동향을 보면은 오른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식량안보 전문가인 미국 미주리대학의 제리 넬슨(Jerry Nelson) 명예교수는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주로 서부지역으로는 쌀과 옥수수를 재배하는 농경지가, 그리고 동부지역은 산비탈의 유실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며 “해당지역 특성에 맞게 갑작스럽게 불어난 유량을 빠르게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장기적인 기반시설 건설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미국 조지타운대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는 항상 기상 문제가 있어왔다”면서 여기에 더해 “북한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농민들을 억압하고 토지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필요에 따라 다른 직업으로 옮기는 것을 막는 사회주의 체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날 북한의 태풍 피해정도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3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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