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연길 ‘류경호텔’ 북한 보위부 거점

앵커: 북한 당국이 중국 현지에 호텔과 식당을 여러 군데 차려놓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중국 연길시에 있는 류경호텔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해외반탐 요원들의 주요 활동거점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연변조선족 자치주 주도(州都) 연길시 한 가운데 있는 류경호텔.

호텔과 식당이 어우러진 이곳은 중국 현지인들은 물론 한국 여행객들이 가끔 찾아가 북한음식과 가무를 즐기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류경식당 북한가수 노래 녹취: 동포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조국위한 마음 뜨거우니....

하지만, 이 화려한 호텔 안방에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해외반탐 요원들과 북한군 산하 외화벌이 지사들이 상당수 주재하고 있다고 현지 사정에 밝은 한 대북소식통이 1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대북 관계자: "북한에서 파견된 보위부 요원들이 류경호텔에 장기체류하고 있어요. 모두 외화벌이 때문에 나온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 소식통은 "중국 동북 지방에 파견되는 국가보위부 해외요원들은 대부분 이 호텔에 여장을 푼다"면서 "이들은 이곳을 거점으로 연길과 룡정, 화룡 등 연변지방 해외 관련 업무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최근 남한 국적 탈북자를 북한으로 유인하기 위해 동원된 해외요원들도 이곳에 머무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최근 집요하게 전개되는 북한 보위부의 탈북자 유인공작이 이곳에서 짜였을 개연성도 시사했습니다.

한중 수교가 있은 1992년 이후 한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대거 진출하자, 북한 보위부는 "남조선 안기부가 중국 동북지방에 수천 개의 가짜 회사를 차려놓고 대북모략 책동을 벌이고 있다"며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한 바 있습니다.

이런 대응차원에서 북한은 2000년 초 중국 심양과 단둥, 연길 등지에 호텔과 식당을 여러개 개설하고, 현지에서 활동하는 해외 공작기관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운영하는 외화벌이 회사로 알려진 류경호텔은 그 당시 문을 열었고, 북한 미녀 봉사원들은 서빙(봉사)에서 상냥하고, 노래도 잘 불러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또한 북한군 산하 해외무역 지사들도 이 호텔에 거점을 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중국 연길시에서 무역활동을 하는 한 조선족 사업가는 "강성무역총회사와 관모회사 등 북한군 총참모부 산하 해외지사들과 최근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중국에 파견된 북한 무역관계자들도 이곳을 들러 간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군 무역지사들은 지난해 "중국에서 철수하라"는 상부의 지령을 받았지만, 얼마 전에는 "다시 외화벌이 활동을 개시하라"는 지시가 떨어져 사업을 착수했다고 이 사업가는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중국 랴오닝성 심양시 한가운데 있는 칠보산 호텔도 북한 보위부의 해외활동 거점으로 유명합니다.

중국의 한 현지인은 "북한이 운영하는 이런 호텔과 식당들은 한국인과 외국인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는 창구로 이용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