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공개처형 관련 상반된 증언…생명권 위협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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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통일연구원이 2021년과 2022년 조사 결과를 담은 북한인권백서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도 공개처형이 있었다는 탈북민의 증언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통일연구원은 23일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중 가장 최근까지 북한에 머물렀던 72명을 대상으로 지난해와 올해 심층면접을 진행한 결과를 담은 ‘북한인권백서 2022’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지난 2019년 미신행위를 이유로 공개처형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돼 북한 주민의 생명권이 여전히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일연구원은 백서에서 2010년을 전후로 공개처형이 감소하고 있다는 증언들이 수집되고 있지만 이러한 추세가 실제로 공개처형이 줄었기 때문인지 비공개 사형집행 또는 비밀 즉결처형이 늘었기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우태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 내 공개처형 관련 상반된 증언이 나오고 있는 만큼 공개처형 감소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우태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 공개 처형을 목격하지 못했다거나 들어보지 못했다는 증언이 일부 늘어나고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그런 증언과 함께 2019년에도 공개처형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이러한 상반된 증언이 계속 북한이탈주민으로부터 나오고 있어 현재 북한에서 공개처형이 줄어들었거나 없어졌다는 평가를 할 수 없는 단계입니다.

백서에 따르면 특히 북한 주민의 외부 문물 접촉에 대한 당국의 통제와 처벌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그럼에도 세대, 성별, 지역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하고 있으며 영상물 시청은 이들이 외부 세계를 동경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유포하다 단속된 10대 학생 2명이 지난 10월 공개처형됐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습니다.

북한 주민의 건강권에 대해선 무상치료제가 유명무실화되고 환자가 의료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직접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공식 의료기관 대신 개인 의사를 찾아가거나 장마당 약사나 개인으로부터 약을 사서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오진, 의료 과실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이 빙두, 아편 등 마약류를 치료용으로 사용하면서 북한 내 마약류의 오남용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우태 실장은 북한에서 마약이 각성제, 진통제로 일반화됨에 따라 당국의 강도 높은 처벌에도 마약 확산이 좀처럼 통제되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내 여성의 지위와 관련해선 여성의 경제력 향상,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 등이 가정 내 남녀 역할 분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 전반에 여성이 진출해 있고 하위직 여성 간부 등용이 늘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다만 경제적 빈곤, 외도, 음주, 마약 등의 이유로 가정폭력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여성에 대한 폭력 실태는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우태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 가정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아동에 대한 폭력 등 남성주의에 기반한 사회 문화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성의 역할 변화가 일부 감지되기는 하지만 현재 사회 변화의 초기가 아닌가, 계속 살펴봐야 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울러 성희롱, 성추행이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며 인신매매에 대한 강한 처벌 규정에도 뇌물로 무마된다는 증언도 제기됐습니다.

통일연구원은 지난 1996년부터 매년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해왔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