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배경이 무엇인지 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소 여성과 인권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둬온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주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북한 인권에 관한 공개 언급은 피했습니다. 그는 지난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북한 핵과 6자회담, 북한 후계체제 등 정치, 군사적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습니다.
다만, 클린턴 장관은 지난 17일 일본에서 미국 ABC 방송과 회견하면서 북한에 관한 질문을 받고 답하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 주민에 대해선 아무런 적대감이 없다는 점을 북한 정부 인사는 물론 주민들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 주민들이 "압제적인 정권(repressive regime) 아래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이 북한 인권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것을 놓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행동이 아니냐는 일부 비판도 있습니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이 북한 인권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 문제를 경시하겠다는 뜻으로 속단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지낸 미첼 리스 박사는 "클린턴 장관이 공개 발언의 우선순위를 정했을 뿐이지 북한 인권을 경시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Dr. Mitchell Reiss: I think she's decided there are certain priorities, and her number one priority is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s... (클린턴 장관이 대북 문제의 우선순위를 정했다고 본다. 현재 그의 최우선 순위는 핵과 탄도 미사일이지만, 앞으로 북한 인권에 관해 언급할 기회는 많을 것이다.)
리스 박사는 또 클린턴 장관이 “중국 인권문제는 비공개적으로 푸는 방법이 공개적인 방법보다 더 효과적이란 결론을 내렸지만, 인권 상황이 끔찍한(appalling) 북한은 중국과 다른 만큼 공개적인 비판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리스 박사는 특히 대북 특별대표에 임명된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와 대화를 나눠본 결과 “전임 특사들과 달리 북한 인권상황에 관해 무척 우려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그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시기에 북한에 인권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참상을 고발한 <감춰진 수용소(Hidden Gulag)>의 저자인 데이비드 호크(David Hawk) 씨도 클린턴 장관의 아시아 순방이 “우방과 맺은 동맹관계를 재확인하는 데 초점을 둔 만큼 이번에 북한 인권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다지 우려하진 않는다”고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특히 클린턴 장관이 대북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배경에는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담당할 국무부 고위직의 인선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측면도 있다는 게 호크 씨의 지적입니다.
David Hawk: None of her human rights officials have been selected, including special envoy on North Korean human rights... (북한인권특사를 비롯해 민주주의 및 인권노동 담당 차관보, 국제문제 담당 차관 등 고위직 누구도 뽑히지 않았다.)
호크 씨는 특히 공석인 북한인권특사에 누가 될지는 “함께 일하게 될 국무부 차관보와 차관급 인선이 마무리돼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최소 2~3개월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클린턴 장관은 북한과 더불어 대표적인 인권탄압국으로 지탄을 받는 중국을 방문해서도 주로 기후 변화와 세계 경제위기 문제를 언급하고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론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포스트>의 고정 논평가인 앤 애플바움 여사는 24일 자 논평에서 ‘중국의 인권 운동가들은 클린턴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 인권 문제를 논의하지 못한 데 분명히 실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