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통일부는 지난 5월 인천 강화도 해역에서 발견된 북한 남성 추정 시신이 소지하고 있었던 물품이 마약이 아닌 피부치료를 위한 '백반'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12일 북한 주민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사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인수 의사를 오는 16일까지 밝혀줄 것을 재차 촉구했습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기자 설명회에서 북한이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해당 사체를 무연고자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 :이 시신은 6월 16일까지 인수 의사를 밝혀달라고 요구했고 만약에 그 때까지 인수 의사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에는 관할 지방자치 단체와 협조하여 무연고 사체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통상 과거에도 이렇게 처리해왔습니다.
구 대변인은 해당 시신이 소지하고 있던 하얀색 가루에 대해서는 한국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피부치료용 백반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하얀색 가루는 앞서 지난달 19일 인천 강화도 해역에서 해당 사체와 함께 발견되면서 마약으로 추정됐고 이로 인해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반바지 차림으로 몸에 스티로폼을 매달고 한국 측으로 넘어 온 북한 남성이 굳이 북한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백반을 한국까지 가져올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복수의 탈북민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백반은 장마당 등에서 어렵지 않게 구입이 가능하며 다양한 용도로 활용됩니다. 국수 등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고 구내염이나 피부 질환에 약제로도 사용한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의학을 공부하다가 2000년대 한국으로 입국한 한 탈북민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심각한 피부질환으로 정기적으로 백반을 복용하던 사람이 탈북을 결심했다면 한국으로 탈출하는 기간 동안 복용해야 할 약을 구비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북한에서는 백반이 난치성 피부염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 과정에서 야생 동물의 위협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백반을 사용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옵니다.
2012년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귀순한 탈북민 정하늘 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에서 험한 산행을 할 때 뱀을 피하기 위해 백반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탈북 과정에서 험한 산지를 넘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백반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습니다.
한편 한국 국가정보원과 군 등 관계기관들은 시심으로 발견된 북한 남성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오려다 익사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북한 남성의 사체와 유류품을 오는 16일 오후 3시 북한에 인도할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이에 대한 북한 측의 호응을 촉구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시신의 신장은 167cm이고 20~30대로 추정됩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에도 북한 주민으로 추정된 시신을 북한으로 인도하기 위해 통지문을 발송한 바 있지만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무연고자로 화장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이후 북한으로 인도된 시신은 모두 23구로 지난 2019년 11월에 이뤄진 송환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