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북 외교관 아내는 고려관 대리지배인...연금 중 탈출”
2023.06.07
앵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외교관의 가족이 지난 4일 북한 총영사관을 떠난 뒤 실종돼 탈북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한다고 6일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파견한 무역대표부 소속 간부의 가족 모자가 실종된 것이어서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 배경엔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북한 식당 부지배인의 망명시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북한 회사들 내부 소식에 정통한 현지의 한 고려인 소식통은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러시아 매체들이 전한 북한 간부의 가족(모자: 김금순 43세, 박권주 15세) 실종은 사실”이라면서 “이들은 수개월간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영사관에 연금된 상태로 있다가 일주일에 하루 외출이 허락되는 시간을 이용해 사라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발발 이전에 북한 ‘고려항공’ 소속 무역대표부에서 러시아로 파견나온 박 모씨 가족은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북한 식당 ‘고려관’과 ‘두만강레스토랑’을 경영하면서 외화벌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종된 모자 중 여성(김금순)은 남편을 대신해 ‘고려관’과 ‘두만강레스토랑’의 대리 지배인이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두만강레스토랑’은 2020년 3월 개업했지만 그해 9월, 7개월 만에 문을 닫은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소식통은 “북한의 계속되는 외화(벌이) 과제 압박에 시달려온 ‘고려관’ 지배인 박 씨는 지난 2019년 검열을 받으러 북한 평양으로 귀국했다”면서 “식당의 영업실적과 정형총화(내부운영 감사)가 끝나면 돌아올 것이라던 박 씨는 코로나사태로 인한 국경봉쇄로 지금까지 북한에서 러시아로 들어오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고려항공 무역대표부에서 파견된 남편(박 씨)이 돌아오지 못하게 되자 그의 아내(김금순)가 대리지배인 자격으로 식당(고려관)을 경영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사태로 식당은 (경영난으로) 중단위기에 처하고 지난해(2022년) 10월 인원 관리자였던 (고려관의) 부지배인(김병철, 51세: 사진참조)이 탈출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탈출한 부지배인 김병철은 북한 보위성 소속 보위지도원으로, 망명을 시도하던 중 현지를 얼마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러시아 당국(KGB)에 체포되어 북한 측(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에 넘겨졌다”면서 “망명을 시도한 게 분명한 만큼 (북러) 국경이 개방되면 그는 (북한으로) 우선 송환되어 처형될 것”으로 본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번 모자 실종사건도 이 사건과 무관치 않다”면서 “부지배인(보위지도원 김병철)이 망명을 시도하자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영사관 측은 잇따른 망명사건이 터질 것을 우려해 지난해 말 ‘고려관’을 폐쇄하고 대리 지배인(김금순)과 그의 아들(박권주)을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 내부에 연금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연금된 상태에서 이들은 일주일에 하루 외출이 허락된 것으로 안다”면서 “(망명시도 등) 특별한 죄를 짓지 않았기에 이들은 영사관 내부의 허드레 일을 하며 감시 속에서 생활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다른 북한 관련 소식통도 7일 “요즘 북한에서 파견된 무역대표부 대표 가족의 실종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이 소식을 접한 다른 북한 파견 노동자들도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4일 북한 고려항공 소속 무역대표부 간부의 부인인 (고려관) 대리지배인(김금순)과 그의 아들(박권주)이 실종된 소식이 러시아 통신사를 통해 알려졌다”면서 “그들은 어머니와 아들 관계로 2019년 평양으로 송환된 후 돌아오지 못한 고려관 지배인(남편 박씨)의 가족”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하지만 지난해 말 ‘고려관’ 부지배인(김병철)이 망명을 목적으로 탈출했다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향후 북한으로 돌아가면 이 사건의 책임은 전적으로 남편을 대신해 ‘고려관’의 대리지배인으로 있던 여성(김금순)이 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그런데 최근 러시아, 북한 간 국경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대리지배인(김금순)마저 아들(박권주)과 함께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망명목적일 수 있다고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이상 이들 모자의 생명안전에는 적신호가 켜졌다”고 우려했습니다.
소식통은 “(북·러간) 국경개방이 임박했다는 여론이 돌면서 북한에서 러시아로 파견된 무역대표부 간부들과 노동자들도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면서 “이제 북한으로 귀국하면 외부세계와 단절돼 갇힌 생활을 하게 될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