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 마무리... 또 다시 기약없는 이별

서울-노재완 nohjw@rfa.org
20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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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마친 남측의 한신자(99) 할머니가 북측의 딸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마친 남측의 한신자(99) 할머니가 북측의 딸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앵커: 2년 10개월 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작별 상봉을 끝으로 1차 상봉단의 일정이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상봉단에서도 역시나 애틋한 사연들이 많았는데요.

이산가족들의 애틋한 사연을 서울의 노재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65년 만에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난 남북의 이산가족들. 만남도 잠시 또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만 했습니다.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작별상봉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냈습니다. 울지 말라고 위로하며 건강하라는 당부의 말을 건넸습니다.

신금순씨 / 북측 상봉자: 우리나라는 금강산 있어, 한라산 있어, 얼마나 좋아. 서로들 놀러도 다니고..

남측 상봉자 김병오(88)씨는 북측 여동생이 다가와 앉자 10분 넘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흐느껴 울기만 했습니다.

세 자매가 만나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지만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자 울지 말자던 세 자매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이산가족들은 연락처와 주소를 교환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남측 이산가족들이 귀환 버스에 올라타자 북측 가족들은 마지막이 될지 모를 가족들의 모습을 놓칠세라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남측 상봉자 고호준(77)씨는 북측 가족과 차창에 손을 맞대며 오열하다 차문이 열리자 잠시 내려 북측 조카를 부둥켜 안았습니다.

그러자 북측 조카는“삼촌, 울면 안 됩니다. 통일이 되면 건강하게 다시 만납시다”라며 울면서 위로했습니다.

남측 상봉자 한신자씨의 북측 딸 김경영(71)씨는 한복 치마를 발목 위까지 걷어 올리고 다급하게 달려가 어머니가 앉아 있는 버스에 다가가 창문을 격하게 두드리며 “어머니, 어머니”라고 외쳤습니다.

김경영씨 / 북측 상봉자: 통일이 되면 꼭 만나요. 통일되는 그날까지 건강하고 다시 만나요.

못다한 얘기를 나누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 헤어졌던 긴 시간만큼이나 애틋한 사연도 많았습니다.

피난길에서 잃어버렸던 아들을 만난 남측 상봉자 이금섬(92)씨는 70대의 노인이 된 아들 리성철(71)씨를 만났습니다.

상봉 하루 전 아들에게 누구와 어떻게 자랐는지 물어보겠다며 담담해 하던 노모는 아들을 보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전쟁통에서도 갓난쟁이 딸은 업고 있었지만 끝내 아들의 손을 놓친 것이 평생의 한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금섬씨 / 남측 상봉자: 상철아!! 상철이 맞아? 상철이 맞니? 아이고 어떻게 살았어….

남측 상봉자 유관식(89)씨는 태어난 줄조차 몰랐던 딸을 이번 상봉을 통해 만났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임신한 아내와 이별을 했기 때문입니다.

태어나 처음 보는 아버지의 모습에 딸 연옥 씨는 그저 눈물만 흘립니다. 연옥씨는 그동안 흑백 사진 한 장으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고 말했습니다.

유연옥씨 / 북측 상봉자: 아버지! 우리 할머니야요. (기억나세요?)

두 딸을 시댁에 맡기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돌아가지 못한 남측 상봉자 한신자(99)씨의 사연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두 딸을 친척 집에 잠시 맡겨둔 게 이토록 긴 이별이 될 줄 몰랐습니다. 4살, 5살 어린 두 딸은 어느덧 70대 백발의 노인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한신자씨 / 남측 상봉자: 내가 친정 고모한테 맡겼단 말이다. 친정 고모하고 나하고 같이 시집을 가 가지고..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선 최고령자인 남측 상봉자 백성규(101)씨의 사연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들은 이미 북한에서 사망해 며느리와 손자를 만났는데 백 씨는 며느리와 손자에게 줄 선물로 치약과 칫솔 등 생필품부터 신발 30켤레, 수저 20벌 등을 준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번 상봉이 마지막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준비를 했다고 백씨는 말합니다.

백성규씨 / 남측 상봉자: 많이 준비했어요. 겨울에 입을 것하고 신발, 신발만 30켤레고.. 손자가 둘, 손녀가 둘이라 다 두벌씩 샀어요.

그리운 가족과의 만남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사연도 있습니다.

전쟁통에 고향인 황해도 연백에 어머니와 여동생을 남겨둔 채 피난길에 오른 김진수(87)씨는 올해 1월 여동생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이번 상봉에선 북측의 조카 손명철(45)씨와 조카며느리 박혜숙(35)를 대신 만났습니다.

조옥현(78)씨와 남동생 조복현(69)씨도 한국전쟁 때 헤어진 북측의 둘째 오빠가 올해 사망해 대신 둘째 오빠의 자녀들을 만났습니다.

또 다른 남측 상봉자 여운(90)씨도 북측의 남동생 운복씨가 올해 3월 세상을 떠났지만 다행히 북측의 여동생 양숙(80)씨가 살아 있어 남동생의 생전 모습을 대신 전해 들었습니다.

이번 상봉 행사에서는 상봉한 가족이 진짜 혈육이 맞는지 의심하는 웃지 못할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납북자 가족 중에 하나인 남측 상봉자 이재일(85)씨는 동생 이재환(76)씨와 함께 1997년 숨진 납북자 형의 자녀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이씨 형제는 첫날 북측의 조카들이 가져온 형의 사진을 보고 가족이 아닌 것 같다며 동생 재환씨는 상봉장 밖으로 나가기도 했습니다.

결국 북한 측 보장성원들이 호적까지 찾아와서 확인을 시켜줬고 형 재일씨는 조카들이 혈육이 맞다고 수긍하면서 잠깐의 소동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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