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으로 입국하는 탈북민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이들에 대한 1차적인 한국사회 적응교육을 담당하는 하나원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하나원을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하나원의 현황을 짚어봤습니다.
탈북민들이 한국 정착을 위한 사회적응교육을 받는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즉 하나원은 지난 1999년 탈북민들이 늘어나자 경기도 안성에 본원의 문을 열었습니다. 강원도 화천의 제2 하나원은 한 해 입국 탈북민이 2000명을 훌쩍 넘기는 상황 등이 고려돼 지난 2012년 12월 개원했습니다.
하지만 2012년경부터 한국 입국 탈북민 수는 1000명 대로 줄었고 여기에 코로나 감염증 확산 사태까지 겹치면서 한국 입국 탈북민 수는 지난 2020년 229명, 2021년 63명, 2022년 67명으로 급감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최근 하나원의 특정 기수에 탈북민이 단 1명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하나원이 ‘텅텅’ 비어있는 셈입니다.
이에 따라 하나원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하나원 수료 탈북민들의 수요를 반영한 직업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자는 겁니다.
손광주 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금융, 자녀 교육, 외국어, 독거노인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또한 석박사 학위 취득을 준비하는 탈북민들에 대한 지원 및 전문직 출신의 탈북민들에 대한 재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손광주 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북한에서 미용을 했다고 하더라도 여기서는 안 되죠. (그래서) 숙련 기술을 배우도록 교육을 다시 하는 게 좋습니다. 동서독이 통합하면서 서독이 내린 결론이 있습니다. 무조건 기술을 가르쳐서 먹고 살도록 하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석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탈북민들에게는 하나원을 개방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활용할 방법은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하나원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하나원은 지난 2020년 6월 직업교육관을 개관해 하나원 수료생을 대상으로 ‘국가·민간자격 취득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1개 과정을 총 26차례 진행했고 여기에는 탈북민 223명이 참여했습니다. 수강생들의 자격증 취득율은 84%입니다. 현재는 요양보호사, 제빵, 피부미용 등의 과정에서 28명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 같은 프로그램에 약 250만 달러(33억여 원)가 투입됐습니다.
하나원은 올해 하반기 네일아트, 요양보호사, 헤어실무, 바리스타, 애견미용, 떡제조, 정보기술자격(ITQ), 도배, 대형면허, 건축목공 과정 등 12개 과정에서 200여 명의 탈북민을 모집할 예정입니다.
자격증 취득 과정에 참여한 탈북민들은 교육 기간 동안 하나원에서 합숙을 합니다. 무료 숙식이 제공되며 교육 이수 뒤에는 훈련 수당이 지급됩니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취업알선 및 직업 체험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올해 1월 말부터 5주 동안 ITQ 과정에 참여한 탈북민 박하연(2020년 하나원 수료) 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다른 탈북민들에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교육 과정에 만족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탈북민 박하연 씨 :컴퓨터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잖아요. 일반 학원에서 한국 분들이랑 함께 교육받으면 우리가 그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요. 하나원에서는 13명이 함께 교육 받았는데 1대1 교육, 제일 못하는 사람 위주로 봐주시기 때문에 몇배로 더 잘 배워서 나올 수 있죠.
다만 문제는 탈북민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입니다. 하나원 직업 교육관은 지난 2020년 6월 처음 개관했지만 현재까지 참여자는 223명뿐입니다. 기초 소양 및 자격증 취득 교육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 정착한 지 오래된 탈북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최근 하나원의 국가·민간자격 취득 과정에 참여한 탈북민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하나원을 갓 수료한 탈북민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이미 한국 사회에 정착한 탈북민들에게 유용한 내용은 없는 것 같다”며 “하나원에서 수도권까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생업에 종사하는 탈북민들이 접근하기도 어렵고 강좌 자체의 실속도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어 이 탈북민은 자격증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기간 동안 외출이 제한된다는 점, 오후 9시 점호 이후 이동의 제약이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탈북민은 “점호 시간에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았다고 담당자가 인상을 쓰며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나원 내 담당자들이 탈북민들을 하대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교정시설 내에 있는 듯한 불쾌함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회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하나원 자격증 교육 과정에 참여했던 일부 탈북민들의 경우 통제된 환경에서의 교육으로 정신적 피로를 호소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장 :이미 한국 국민으로서, 또 일반 사회인으로서 일반적인 취업 교육을 받는데 굳이 그 사람들한테까지 보안 규율 내지 안보상 규율 등을 지키도록 하는데, 이것 때문에 그 교육에 탈북민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완화하든가, 아니면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서 좀 편안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교육의 효율성이 있는 것 아닙니까.
이어 서 회장은 하나원의 통폐합 및 축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서 회장은 “수도권 내 탈북민들의 접근성이 좋은 곳을 선정하고 하나원을 통폐합해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되면 하나원이 진행하는 직업 및 자격증 교육에 대한 참여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하나원 통폐합에 대한 반론도 제기됩니다. 혼란스러운 동북아시아의 정세로 언제든 탈북민의 수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손광주 전 남북하나재단이사장은 “현재 탈북민이 급감했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예상은 시기상조”라며 “하나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