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에 수감돼 강제 북송될 위기에 놓인 딸을 둔 탈북민 어머니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을 향해 직접 중국 정부에 탈북민 강제북송 우려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코로나 이후 봉쇄됐던 북중 국경이 개방되며 중국에 구금된 2천 500여 명의 탈북민이 강제북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이 일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지는데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일 중국에 공식적으로 파견됐다가 탈출을 시도한 북한 무역일꾼, 통역 및 유학생 등 100여 명이 지난달 29일 버스 2대를 통해 단둥에서 신의주로 긴급 북송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중국에 수감된 딸이 있다는 탈북민 박선영(가명) 씨는 6일 자유아시아방송과 만나 “하루하루 먹고 살기 어려운 북한의 환경 속에서 중국에 가면 돈을 벌어 엄마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딸이 탈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딸은 탈북 이후 중국에서 번 돈을 박씨에게 송금했고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박씨는 특히 딸이 탈북 이후 이뤄진 첫 전화통화에서 내내 울기만 했다며 그동안 겪었을 고초가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내 강제북송 위기 탈북민의 어머니 박선영 씨: 전화를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울기만 하다 보니까 엄마 딸이 울기만 하다 보니까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누지 못했어요. 그 돈을 받아쥐고 그 딸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보다도 딸이 흘리는 눈물에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을까 하는 것들이 한눈에 다 느껴지는 거예요.
그러던 딸이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은 박씨가 한국에 들어온지 약 1년이 되던 어느날. 박씨는 곧 딸이 다니던 일터의 사장을 통해 딸이 중국 공안에게 붙잡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박씨는 지금도 딸의 구금 상황에 대해 간헐적으로 전달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씨는 딸이 낙심해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박씨는 또 딸이 현재 탈북민뿐 아니라 중국인 등이 함께 수감된 중국 한 도시 감옥에 머무르고 있으며 아직 북중 국경 근처로 옮겨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씨는 딸이 붙잡혔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하나원에서 알게 된 탈북민들, 교회 등에 알리고 돈을 보내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무능한 엄마여서 미안하다는 말밖에 딸에게 할 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내 강제북송 위기 탈북민의 어머니 박선영 씨: 그 딸을 살려보겠다고 정말 별 짓을 다 해봤어요. 돈으로 살리려고 정말 돈도 보내보고. 귀한 자식인데 왜 그만한 노력도 안 했겠어요. 매일매일 구석구석 심장을 칼로 도려내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박씨는 “북한에 있을 때 강제북송된 이들이 어떤 형벌을 받는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딸이 각종 고문과 구타를 받고 특히 정치범수용소로 가게 될 가능성이 가장 두렵다고 밝혔습니다.
박씨는 또 “딸이 강제북송될 경우 자신이 받게 될 고통을 짐작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 같은 예감이 자꾸 든다”고 걱정했습니다.
중국 내 강제북송 위기 탈북민의 어머니 박선영씨(가명): 저는 딸이 만약 북송되는 경우 자체 선택을 딱 할 것 같은 그런 예감이 자꾸 들어요. 자기가 받게 될 그것을 대충 짐작하죠. 그러니까 아마 그 고통을 받기보다는 죽는 걸 선택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많이 두려워요.
그러면서 박씨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을 향해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우려를 중국 당국에 전달하기를 간절하게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씨는 윤 대통령 앞으로 편지를 썼지만 보낼 방법을 알지 못해 그동안 보내지 못했다고도 말했습니다.
중국 내 강제북송 위기 탈북민의 어머니 박선영 씨: 그래도 도와줄 길은 저는 오직 대통령님께서 중국 정부에 좀 우려하시면 그래도 한가닥 희망이라도 좀 있을 것 같은데 대통령님께 좀 간절히 부탁드려요. 제발 대통령님. 큰 마음 쓰시고 불쌍한 우리 탈북민들을 손 내밀어 구원해 달라고요.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통일부와 외교부가 문제(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고 특히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중국 측에 지속적으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아직 윤 대통령이 중국에 협조를 요청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에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윤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강제북송을 중단하고 제3국행이나 한국행을 돕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박씨는 중국 정부를 향해서도 애원했습니다. 중국 정부를 향해 쓴 편지에서 박씨는 “그들은 살아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압록강을 건넜다”며 “정든 고향을 등지고 낯선 이국에서 숨가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그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밝혔습니다.
또 “어린 나이에 너무나 많은 고생을 시켰는데 이제 북송이라는 죽음의 문턱에서 생사를 판가름해야 하니 심장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다”며 “난민으로 인정해 엄마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중국 내 강제북송 위기 탈북민의 어머니 박선영 씨: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엄마의 품으로 올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정말로 보고 싶습니다. 한 번만이라도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힘든 세월 속 태어나 그 어린 나이에 너무나 많은 고생만 시켰는데 오늘은 북송이라는 죽음의 문턱에 있으니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난민으로 인정해 엄마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십시오. 저희 딸만이 아니라 중국 땅에 구금되어있는 수많은 탈북민들에게도 구원의 길을 열어주십시오.
박씨는 그동안 한국의 기독교 모임 ‘북클럽’(북한을 알고 기도하는 클럽)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 3월 첫 모임을 시작한 북클럽은 오창화 대표 자택에서 정기적으로 탈북민들과 예배를 하는 한편 탈북민, 탈북민 교회ㆍ사역자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6월부터는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에서 오창화 대표는 중국 정부를 향해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마땅히 이행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탈북민들, 북한 영토에 있는 사람들은 한국의 시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창화 북클럽 대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고 거기에서 마땅히 당신들이 해야 될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탈북민들, 북한의 영토에 있는 분들은 대한민국 시민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현재 자국 내 탈북민들을 난민이나 망명 신청자가 아닌 불법 경제적 이주자로 간주해 국내법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인데 이에 대해 중국이 ‘유엔 난민협약’과 ‘유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 등을 따라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제52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북한인권상황보고서에서 탈북민들에 대해 송환 시 박해를 받을 근거가 충분할 경우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적용할 것을 중국 등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오 대표는 한국 정치권을 향해서도 “한국 시민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로 지금 한 목소리로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를 위한) 외교정책을 펴는 것은 여야를 떠나 모든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창화 북클럽 대표: 무엇보다도 어떠한 권리보다도 앞서는 것이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여야가 있을 수 없는 당연히 한 목소리로 외교 정책을 펼쳐야 되는 것이 모든 정치인들이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한국 국회는 약 10년 전인 2012년 2월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을 규탄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중국의 북한이탈주민 강제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을 의결한 바 있지만 현재 국회에서는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클럽과 함께 탈북민 교회ㆍ사역자 지원에 힘쓰고 있는 탈북민 출신 최태송 전도사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지금은 박씨의 딸이 중국 한 도시에 있지만 (강제북송을 위해) 북중 국경 부근에 위치한 단둥 수용소 등으로 모이게 되면 곧 공안들의 대우가 달라지고 상황이 열악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전도사는 중국 내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될 경우 북한 당국으로부터 “3~5년 감옥행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최 전도사는 다만 이들이 한국행을 시도하다가 잡힌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