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당국이 옥수수로 밀주를 제조하는 주민들을 집중 단속하고 식량난을 부추기는 반사회주의자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8일 “지난주 초부터 안주시에서는 안전원과 순찰대가 주민들의 살림집을 불시에 뒤지며 밀주하는(밀주를 제조하는) 주민을 잡아내고 있다”면서 “밀주 단속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밀주 단속은 강냉이로 술을 만들어 장마당에 판매하면서 나라의 식량난을 부추기는 밀주를 반드시 뿌리 뽑으라는 중앙의 지시로 시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내가 사는 인민반에도 스물다섯 세대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 밀주(장사)로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번 가택수색에 빠르게 대처해 술독을 숨긴 주민들은 단속에서 빠져나갔지만 다섯 세대는 한창 발효되는 술독을 통째로 안전원에게 회수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안주시 사법당국은 밀주로 단속된 주민들 중, 옥수수 30킬로 정도를 밀주 원료로 사용한 한 세대에게는 자아비판서를 쓰게 하고 다시 밀주를 하다가 적발되면 노동교화소 처벌을 받는다는 경고를 하고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100킬로 이상의 옥수수를 밀주 원료로 사들여 밀주 제조 규모가 큰 네 세대에 대해서는 나라의 식량난을 부추긴 반사회주의자로 몰아 1년 이상의 노동교화소 처벌을 내렸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안주시는 밀주 제조에 필요한 연료인 유연탄 생산지로 북한 내에서도 밀주 생산 규모가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의 밀주 단속이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자강도에서도 전해졌습니다. 자강도 중강군 읍에서 살고 있는 한 주민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밀주단속 검열대가 요즘 주민 살림집을 마구 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밀주는 1990년대 식량배급제가 무너지면서 주민들의 생계수단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술을 만들어 장마당에 팔면 가족의 식량을 구입할 수 있고, 술 모주는 돼지사료로 사용할 수 있어 돼지 축산 부업까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 합법적으로 종합시장이 들어서고 2010년대 종합시장 (장마당) 범위가 확대되면서 밀주를 제조하는 주민들은 줄어들었습니다. 국가에 시장사용요금(장세)만 지불하면 다양한 업종의 장사를 하도록 북한 당국이 허용한 것입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봉쇄되어 장마당으로 들어오던 수입산 식품과 차 부품 등이 완전히 막히면서 장마당 장사로 살아가던 주민들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처럼 생계가 막히자 밀주에 다시 손을 댔다”고 말했습니다.
“밀주(제조)는 강냉이 열 킬로만 있어도 시작할 수 있는 데다 생산된 술은 개인식당과 길거리 매대 등 어디에서든 팔 수 있어 대중 장사로 자리 잡고 있었는데, 당국이 밀주 행위는 나라의 식량난을 조장하는 반동으로 처벌하도록 지시하면서 현재 중강군 읍에서 세 명의 밀주장사꾼이 잡혀갔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자강도 중강군은 4만 1천여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규모가 작은 소도시입니다. 북한에서 3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살고 있는 중소도시와 대도시에서는 사법당국의 밀주단속으로 처벌을 받게 될 주민 숫자가 더 많을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소식통은 “밀주로 단속된 주민들을 시범꿰미(본보기)로 1년 이상의 노동교화소 처벌을 주면서 밀주를 통제하는 당국에 대해 주민들 속에서는 먹는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밀주단속에 나서는 게 맞지 않느냐”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인구수가 적은 소도시인 중강군의 경우 안주시와 달리 소규모 밀주제조도 상대적으로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