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북송피해 탈북자 손해배상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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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달 일본에서 재일조선인 북송 사업의 일환으로 북한으로 갔다 탈북해 일본에 다시 정착한 조총련 북송사업 탈북자들이 앞서 북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릴 예정입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일본 주재 외국특파원협회(FCCJ)는 7일 "북한 '지상낙원 운동'의 피해자를 위한 정의"란 주제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회견에는 17세 때 일본을 홀로 떠나 북한에서 참혹한 생활을 하다 지난 2003년 탈북한 조총련 북송사업 피해 탈북자 가와사키 에이코 씨와 다음달 재판에서 북송 탈북자 원고 측을 대변할 예정인 후쿠다 켄지 변호사가 참석했습니다.

북송사업은 북한과 일본이 체결한 '재일교포 북송에 관한 협정'에 따라 1959년부터 1984년 사이에 조총련계 재일교포들을 북한으로 보낸 사업으로, 당시 북한으로 간 재일조선인은 약 9만 3000명으로 집계돼고 있고 이중에는 6천 여명이 넘는 일본인 처와 일본 국적 자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55년 북한 당국은 북한 내 삶을 '지상낙원'이라고 선전하며 재일교포의 북한 귀환 추진과 함께 귀환자들의 생활을 책임질 것이라고 발표했고 당시 일본에서도 '재일조선인귀국협력회'가 설립되는 등 일본 정부 역시 이들의 북송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재일교포들에 대한 본격적인 북송은 1959년 말 시작돼 1984년 까지 이어졌습니다.

북송사업으로 북한에 들어갔다가 탈북해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가와사키 에이코 씨 등 남녀 5명은 북한에서 가혹한 생활을 강요당했다며 북한 정부를 상대로 각개인당 1억엔, 즉 총 5억엔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2018년 8월 도쿄 지방법원에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일본 주재 외국특파원협회에 따르면 해당 소송은 역사적으로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첫 소송입니다.

교도통신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도쿄 지방재판소는 내달 14일 해당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제1회 구두변론을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가와사키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시 김일성 북한 정권은 '지상낙원'을 선전하며 집, 음식, 의복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제공될 것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고 회상했습니다.

북송사업에 대한 조총련과 일본의 선전을 믿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부푼 마음에 북송선에 올랐지만 실상은 계속되는 경제적 궁핍과 차별을 견디며 사는 삶이었다는 겁니다.

가와사키 씨는 이어 당시 북한 정권이 해당 북송사업을 추진한 실제 배경은 '노동력 확보'에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와사키 에이코: 많은 재일동포들이 북한으로 돌아갔고, 그들은 엄청난 차별을 받았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탄광이나 임업, 농업 등 분야에서 일하도록 강요 받았습니다. 거기는 일반 북한주민들이 꺼리는 중노동을 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가와사키 씨는 특히 예전에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을 취하며 생사를 확인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했지만 지난 몇년간 북한 당국이 강력한 폐쇄 조치를 취하면서부터 일본에 다시 정착한 북송사업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은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내달 재판이 진행된다 해도 북한 측이 피고로 참석할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후쿠다 켄지 변호사는 도쿄 지방법원이 북한 정부에 피해 배상 명령을 내린 판결을 내린다고 해도 북한 측은 그 결정을 무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앞서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북한 김정은 총비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재판에서 승소한 사례를 예로 들며 우회적인 수단을 통해 원고들을 위해 배상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궁극적으로 다음달 재판은 북송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모든 이들과 관련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당 재판 결과를 근거로 향후 일본과 북한 간의 관련 논의가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후쿠다 켄지 변호사: 만약 향후 북한과 일본 정부 간 협상의 여지가 생기게 된다면, 이번 재판의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들을 보상하기 위한 두 정부 간 심도있는 논의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한편 앞서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재판부가 첫 변론기일에 원고를 상대로 한 심문을 거쳐 당일 변론을 끝낸 뒤 추가 절차 없이 판결을 선고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