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내 대북전단 살포 탈북자 단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제재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홍알벗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에 정착한 탈북자 조 모씨는 소수의 북한 주민들만 한국에서 날려 보낸 일명 '삐라', 즉 전단을 직접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몰래 숨겼다가 친구들과 돌려보곤 했다고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USB 등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삐라는 바깥세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일 뿐만 아니라 돈과 식량까지 얻을 수 있는 공급원이라고 조 씨는 덧붙였습니다.
탈북자 조 씨: 한국 드라마나 해외에서 들어오는 뉴스를 체험했을 때 받았던 느낌은 이랬습니다. '아, 왜 이렇게 우리가 배웠던 거랑 많이 다르지?' 그때는 삐라를 줍게 되면 다 던져 버리고 사탕이나 맛있는 거만 주머니에 넣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자기가 필요하거나 읽을만한 내용이 있으면 그것까지 통째로 주머니에 넣는 거예요.
앞서, 한국 통일부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자단체 두 곳에 대해 조만간 비영리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할 예정이란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입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14일 전자우편을 통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대북 인권 단체는 박해를 받아서는 안되며 나는 그들이 보호되고 지원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정보 유입 활동은 북한 정권에 대한 최대한 압박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일 뿐만 아니라 북한 체제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 다코타 주립대의 벤자민 영 교수는 14일 전자우편으로 "한국 통일부가 이렇게 탈북자단체의 활동을 제지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반민주주의적 처사라고 생각한다"면서 현 문재인 한국 정부가 책임있는 행동을 통해 대북관계에 있어 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같은 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통화에서 "70년 동안 고립된 북한에 대한 정보유입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 그리고 통일을 위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으로의 정보차단을 계획하는 현 한국 정부 부처가 '통일부'인지 아니면 '분단부'인지 알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 수단을 하나라도 완전히 그렇게 차단시키면 상황이 엄청 어려워질 겁니다. 앞으로는 남북한 주민들끼리의 화해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런 가운에, 한국 정부가 제재하기로 한 한국의 탈북자단체 자유북한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13일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서울은 왜 우리를 막으려 하는가?'란 제목의 기고문을 내고 전단 살포를 막는 한국 정부의 조치를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인권단체인 미국인권재단(Human Rights Foundation)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상학 대표의 노력으로 38선 북쪽에 갇힌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알게 되고, 또 원조를 받으면서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하지만 "현 한국 정부는 이러한 인권활동을 지원하지 않고 김정은 정권을 위해 단체를 질식시키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14일,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주민의 알 권리 충족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북한 주민의 알 권리 보장은 남북 간 긴장을 유발하지 않고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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