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피격 공무원 형 면담…피해자 형 “국제공조 요청”

서울-서재덕 seoj@rfa.org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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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jpg 이래진 씨가 21일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 만나 전달한 서한.
사진-이래진 씨 제공

앵커: 북한에 의해 피살된 한국 공무원의 형이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 만나 피격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국제사회와 적극적인 공조에 나설 것을 요청했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서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한국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 씨는 21일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 만나 북한의 만행에 대해 강력한 규탄과 항의를 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래진 씨는 이날 한국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장관과 약 25분간 비공개 면담을 하고 이번 피격사망 사건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방안 수립계획과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유엔총회 보고와 관련한 외교부 입장 등을 묻는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오는 23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이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규명하고 유가족에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북한인권상황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래진 씨는 서한에서 한국 공무원이 북한 측 해역에서 끔찍한 살해를 당했는데 한국 외교당국의 대응과 한국 정부의 비현실적 행위로 월북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성급히 발표했다고 재차 지적했습니다.

이래진 씨는 강 장관과의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유엔총회에서 채택될 북한인권 결의안에 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는 문제를 면담에서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현재 북한인권 결의안의 초안을 작성하는 단계로, 최종 문안이 나오면 협의를 해서 정부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답했다고 이 씨는 전했습니다.

유엔주재 유럽연합 대표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올해 북한인권 결의안 작성을 위한 첫 번째 회의가 지난 13일 미국과 일본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으며 한국은 초대를 받았지만 불참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공동제안국 회의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으나 결의안 작성국인 유럽연합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작년도 결의에 공동제안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올해 공동제안국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할지에 대해선 한반도 정세, 결의안 내용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유엔총회 북한인권 결의안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지만, 지난해엔 한반도 정세 등을 고려해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래진 씨는 이어 면담에서 동생의 시신 수색이나 유해 송환을 위해 중국과의 공조에도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래진 씨: 또 지금 동생의 시신이 중국으로 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와 협조를 부탁드렸습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이미 한 차례 중국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중국의 반응이 없어 다시 한번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답했다고 이 씨는 설명했습니다.

이래진 씨는 외교부로부터 7가지 건의사항에 대해 최대한 적극 반영하겠다는 답을 들었다면서 약 보름 안에 서면으로 답변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한국 국회 요청으로 유가족의 어려움과 요청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오늘 외교부 장관이 유가족을 면담했고 요구사항을 잘 들었다며 외교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2일 피격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국의 외교·안보 관계 부처 장관이 유가족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면담은 강경화 장관이 지난 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피격 사망 공무원의 유가족을 만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추진됐습니다.

앞서 이래진 씨는 지난 6일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를 방문해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요청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자의적 처형 특별보고관 등에 북한의 혐의를 명시한 진정서도 보내 해당 사건에 대한 개입과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이래진 씨는 강경화 장관과의 면담 이후 인천 연평도를 방문해 수색 현장을 확인하고 어업지도선에서 선상 위령제를 지냈습니다.

이래진 씨는 연평도로 떠나기 전 인천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평도 실종 현장을 방문해 앞으로의 진상규명에 관한 입장정리를 하고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서 아니면 북한 땅에 있을지 모르는 동생을 한번 보고 마음을 다잡고 올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래진 씨: 오늘이 (실종) 한 달째니까 상징적이어서 작게나마 위령제도 지내고요. 그 다음에 실종 한 달을 맞이해서 (현장을) 다녀와서 부터는 조금 더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현장에) 안 와봤으니까 해양경찰의 수사상황 등 부분을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이어 한국의 국방부 장관, 합동참모본부 의장, 해군작전사령관 그리고 주한 유엔군사령관과의 면담도 공개적으로 요청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이 자리에서 한국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차원에서 유가족과 함께 연평도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희생자의 명예를 너무나 가혹하게 짓밟았다고 지적하며 국회가 나서서 정부가 못한 일을 바로잡고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한국 군 당국은 북한 선박이 서해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후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표류하던 한국 공무원을 지난달 22일 오후 최초로 발견했고, 같은 날 밤 9시 반쯤 단속정을 타고 온 북한군이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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