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 존중 받지 못해”

서울-목용재 moky@rfa.org
2017.03.09
female_defector_forum-620.jpg 남측 민간단체인 ‘뉴코리아여성연합’과 ‘휴먼아시아’는 세계여성의 날인 지난 8일 ‘북한 여성인권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공동주최했다.
RFA PHOTO/목용재

앵커: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습니다.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위해 유엔이 매년 이날을 기념일로 지정한건데요. 하지만 북한 여성들의 인권상황은 여전히 심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뉴코리아여성연합’이라는 남측 북한인권 단체가 북한 여성들의 인권상황을 알리기 위한 행사를 열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여성의 인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무대에 오른 네명의 탈북여성이 한목소리로 내뱉은 말입니다.

이들은 남측 민간단체인 ‘휴먼아시아’와 ‘뉴코리아여성연합’이 8일 저녁 공동주최한 ‘북한 여성인권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자신들이 북한에서 여성으로서 겪은 인권유린 경험을 가감 없이 풀어냈습니다.

특히 이들은 ‘인신매매’에 노출되고 있는 탈북 여성들의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북한 인민군 상사 출신인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는 이날 토론자 중 한 명으로 참석해 “단체 회원들 가운데 90%가 인신매매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몇년 사이에는 탈북 여성들이 겪는 인권유린 유형이 바뀌었다고 이 대표는 말했습니다.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 과거 탈북여성들은 장가를 가지 못한 중국 남성들에게 팔려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는 중국 내 브로커들이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젊은 탈북 여성들을 ‘화상채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몇년동안 사람을 감금해놓는다고 합니다.

‘화상채팅’은 일반적으로 컴퓨터 화면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하는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상당수 퇴폐, 향락 업소에서는 여성을 상품화하는데 ‘화상채팅’을 활용합니다. 남성들에게 돈을 받고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여성과의 화상채팅을 주선하는 식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소연 대표는 “3개월 전에 한국으로 들어온 25살의 젊은 탈북여성은 중국에서 5년동안 감금된 상태로 ‘화상채팅’을 했다”면서 “이 같은 탈북여성들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북한에서 차별 받고 있는 여성들의 일상 이야기도 오갔습니다. 지난 2008년 탈북한 이미연 씨는 “북한 사회에 여자를 하대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미연: 북한에는 ‘남자는 하늘’이라는 분위기가 일반적입니다. 대학교에서도 남학생이 여학생을 부를 때 “야”, “너”라고 부르는 반면 여학생은 남학생에게 ‘동무’를 꼭 붙여 불러야 합니다.

2011년 한국에 들어온 한영희 씨는 “북한에서는 남편의 가정폭력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고 하소연합니다.

한영희: 북한에서 결혼 생활을 10년 했습니다. 북한 남자들은 양심이 없습니다. 생계유지, 가정생활 등 모든 일을 여자에게 100% 떠넘깁니다. 그러면서 여성들을 때립니다. 남편에게 맞은 여성들은 어디가서 하소연도 제대로 못합니다.

성추행, 강간 등 성범죄가 벌어져도 그 책임은 모두 여성에게 돌아간다고 합니다. “여자가 처신을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겁니다.

북한의 헌법 제77조는 여성의 지위에 대해 “남자와 똑같은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사회에서는 ‘남존여비’의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여성차별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