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간 단체 “북한 수용소에도 관심을”

일본의 민간단체가 다음달 나치 독일의 강제 수용소를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문제에 관심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보낸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2009.05.29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일본의 민간단체 ‘노 펜스’(No Fence)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문제뿐만 아니라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하기 위해 청원서를 보낸다고 이 단체의 송윤복 대표가 29일 밝혔습니다.

송윤복: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 늘 생각해 왔습니다. 마침 오바마 대통령이 독일의 나치 수용소 부헨발트 (Buchenwald)를 방문한다고 해서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기회에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하고자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달 5일 방문하는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는 나치 독일의 최대 규모이자 최초의 수용소로 이곳에서 수천 명이 사망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외종조부인 찰리 페인 씨가 수감자들의 석방 작전에 참여한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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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민간단체가 다음달 나치 독일의 강제 수용소를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낼 청원서. - Courtesy of Association for the abolition of concentration camps in North Korea

청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독일 방문지로 선택한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와 같은 인권 유린의 현장이 21세기인 현재에도 북한에 존재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청원서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30만 명으로 추정되는 죄 없는 사람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국가와 지도자들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하는 데 역사적 책임을 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청원서는 북한의 핵개발도 정치범 수용소와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원서는 북한 풍계리에 위치한 핵실험장 공사에 동원됐던 정치범 수용소의 수감자들이 공사가 끝난 후 한 사람도 돌아오지 않았다며 비밀 유지를 위해 모두 살해됐을 것이라는 탈북자의 증언을 소개했습니다.

청원서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에게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의 방문을 계기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해 달라고 촉구하고, 앞으로 북한과 하는 협상에서 강력한 인권 외교를 전개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청원서를 작성한 ‘노 펜스’의 송 대표는 현재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트 워치’와 미국의 ‘디펜스 포럼’을 비롯한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활동하는 약 30개의 인권 단체들이 이 청원서에 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노 펜스’는 다음달 3일경 백악관에 직접 팩스를 보내거나 일본에 주재한 미국 대사관을 방문해 이 청원서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한편, 일본에서 지난해 3월 결성한 민간단체 ‘노 펜스’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상징인 가시 철조망을 없애자는 운동을 꾸준히 펼쳐왔습니다. ‘노 펜스’는 정치범 수용소 출신의 탈북자들을 일본으로 초청해 인권 토론회를 개최하고, 지난해에는 탈북자의 실태를 다룬 남한 영화 ‘크로싱’의 동경국제영화제 출품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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