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러시아 현지인들의 인권침해 심각

서울-김지은 xallsl@rfa.org
2019.09.17
russia_nk_labor1_b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남쪽 루스키섬 건설현장에 나타난 북한 노동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러시아에 있는 북한근로자들이 심한 모욕과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러시아현지인들은 물론 경찰들까지 북한 근로자들을 업신여기고 모욕적인 발언을 일삼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관련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5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가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12월 22일까지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철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 때문인지 북한근로자들이 러시아 현지에서 인간 이하의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습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고려인 소식통은 15일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근로자들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고 있다”면서 “석 달짜리 관광비자로 러시아에 들어와 불법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변변하게 항의도 못하고 고스란히 당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북한근로자들은 주로 블라디보스토크와 그 주변지역인 나홋트카, 슬라비안카, 우스리스크, 아르쫌에 있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북한근로자들의 여윈 얼굴에 바짝 마른 체격이나 거지행색과 다름없는 작업복 차림을 보고 현지인들이 동정하기 보다는 거지 취급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예전에 정식으로 노동비자를 받아 5년기한으로 파견되었던 북한 근로자들은 건설현장에 설치한 와곤(컨테이너)숙소에서 단체로 숙식을 했지만 지금은 단기방문 비자로 입국하기 때문에 단체합숙이 어렵다”면서 “4명~5명씩 조를 지어 한 달에 5천루블(한화 10만원)하는 싸구려 숙소에서 공사현장을 오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북한근로자들은 단지 차림새가 누추하고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러시아 현지인들로부터 거지 취급을 받고 있다”면서 “러시아 현지인들은 한국사람을 만나면 선생님이라며 정중하게 대하면서도 북한사람은 거지취급하면서 인격 모독적인 말도 서슴지 않는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러시아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건설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사람들도 북한근로자들을 거지취급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미사일이나 신형무기를 발사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거지 같은 너희 나라가 또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조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블라디보스토크의 또 다른 고려인 소식통은 16일 “북한근로자들은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러시아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감내해야 한다”면서 “북한사람에 대한 심각한 차별을 피하기 위해 일부 북한근로자들은 자신이 한국사람인 것처럼 행세 하지만 차림새와 깡마른 체격, 검게 그을린 얼굴 때문에 금새 들통이 난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주 러시아이민국 경찰청 산하 무장경찰 수십 명이 한 건설현장을 에어 싸고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섰다”면서 “평소 북한 사람을 업신여기던 러시아경찰이 북한 근로자가 자신의 지시대로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며 전기곤봉을 들이대며 막말하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북한근로자를 집합시키며 발로 걷어차는 무장경찰에 대해 ‘왜 발로 차냐’고 항의하던 북한근로자가 전기곤봉 충격을 받고 의식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경찰은 북한근로자들에게 싸바카(개새끼들)라면서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현장에 같이 있던 러시아근로자들은 북한근로자들에게 ‘너희는 러시아에

와서 하루 16시간이상씩 뼈 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너희 나라는 그 임금을 착취해 미사일이나 쏘아 올린다’고 조롱했다”면서 “비록 나라는 다르지만 그래도 같은 민족인데 당하기만하는 북한근로자들이 불쌍하고 안쓰러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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