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해피격 공무원 아내 “문재인 정부, 유족 내팽개쳐…사건 관련 안내 한 차례도 없어”

서울-목용재 moky@rfa.org
2022.07.07
[인터뷰] 서해피격 공무원 아내 “문재인 정부, 유족 내팽개쳐…사건 관련 안내 한 차례도 없어”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아내, 권영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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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20 9월 북한의 총격에 의해 숨진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아내 권영미 씨는 남편이 숨진 이후 1 9개월여 동안 문재인 정부로부터 해당 사건과 관련한 어떠한 안내,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가 유족들을 내팽개쳐 놓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토로했는데요. ‘월북혐의를 벗은 이대준 씨의 아내 권영미 씨를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북한의 총격으로 숨진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아내인 권영미 씨는 사건 발생 이후 남편의 소식을 언론을 통해서만 접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유족 측에 어떠한 연락도, 안내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권 씨는 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한국 정부는 남편의 위치나 생존여부를 알고 있었는데 유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가족들은 22일 밤, 엉뚱한 지역만 수색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전담팀(TF)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 20209 22일 이대준 씨가 표류하던 지역 및 생존 여부 등을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그 가족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권 씨가 남편의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남편이 숨진 다음 날인 9 23일 점심 무렵, 한국 언론을 통해서였습니다.

 

권영미 씨: 의아했던 게, 북한에서 이렇게 사망하고 시신이 소각된 사건을 유가족에게 정부 차원에서, 국가정보원이나 이런 차원에서 가족들한테 연락을 취해서 왜 알리지 않았는지입니다. 그 당시에도 저희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언론을 통해 접했습니다.

 

사건이 발생 이후 진행된 진상규명 과정에서도 유족 측은 한국 정부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바 없다는 게 권 씨의 말입니다.

 

권 씨는 당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 몰두하고 있었기에 이 같은 비극이 초래된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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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아내, 권영미 씨(오른쪽). /RFA PHOTO

권영미 씨: 북한의 (사과) 통지문 이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운운하는 걸 보면서 국민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중에도 원하는 건 저것이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로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남편) 실종과 종전선언 날짜가 맞물리면서 남편이 북한 지역에서 발견되고 사망하니까 이를 숨겼다고 생각해요. 종전선언에 방해가 되니까. 내팽개쳐놨어요. 챙기는 것까지 바라지 않았지만 이 사건을 조용히 묻어버리고 싶어하는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죠.

 

권 씨는 지난 2020 10월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편지를 문 전 대통령에게 보낸 아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경 수사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문 대통령의 답장 이후 해경이 재차 아버지인 이대준 씨의 월북 가능성을 높게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해경은 이 씨의 도박 전력, 정신적 공황으로 인한 현실 도피를 월북 근거로 거론했습니다.

 

권영미 씨: 대통령의 답장(10 13) 이후 10 22일 해경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어요. 거기서 (남편의) 사생활을 다 공개했어요.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완전히 배신감을 느낀겁니다. 그렇게 사생활을 들춰내고 한 가족을 완전히인격살인, 국가폭력이에요. 애초부터 그 편지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하나의 도피용 편지에 불과했던 거지, 약속을 지킬 생각조차 없었던 겁니다.

 

권 씨는 김정은 당 총비서에게 “생명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낸 문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살인자일뿐이라는 겁니다. 앞서 한국 청와대는 이대준 씨 사망에 대한 김정은 당 총비서의 사과를 담은 대남통지문 내용을 공개하면서 남북 정상 간 친서가 오고 간 사실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권 씨는 “당시 정부는 남북 정상 간 친서를 교환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남북 간 소통 채널이 끊겨 있어 대응이 어려웠다는 거짓말을 했다문 전 대통령이 남편 실종 즉시 이 내용을 공개했다면 북한도 남편을 쉽게 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권 씨는 남편의 명예회복 절차를 진행하면서 오는 9 22일 남편의 장례식을 열 예정입니다.

 

권 씨는 “월북 증거가 없다는 최종 수사결과가 나왔고 남편의 명예회복을 위해 순직 신청도 해둔 상황이라며 남편의 2주기 기일인 올해부터 정식으로 챙길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기자: 지난 2020 9월 문재인 정부가 남편의 사망사건을 뒤늦게 알린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영미 씨: 당시 남편이 실종되고 아주버니(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 시동생이 선박에 올라 수색에 참여했어요. 바다에 빠졌을 때 빨리 구조하지 않으면 생존 확률이 줄어드는 거잖아요. 그렇게 2 3일을 지내고 있었는데 정부는 9 22일 밤에 이미 사살된 것까지 다 알았다는 거잖아요. 가족들은 엉뚱한 곳을 수색하고 있는데 이를 알리지도 않았어요. 저희는 9 23일 오후 130분 경에 처음 알았어요. 언론을 통해서. 실종자를 발견했다는. 그리고 몇 시간 뒤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고 보도되고 또 몇 시간 뒤 피살됐다고 나오고, 또 몇 시간 지나서 시신이 소각됐다고 보도된 겁니다. 그런 모든 것들을 알고 있으면서 가족한테 알리지 않고 은폐한 겁니다.

 

기자: 한국 정부로부터 사건과 관련한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는 얘기입니까?

 

권영미 씨: 북한에서 (남편이) 사망하고 그 시신이 소각된 사건을 국방부, 국가정보원 이런 국가차원에서 유족에게 왜 직접 연락을 취하지 않고 알리지 않았는지가 참 의아하더라고요. 저희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언론을 통해서 접했습니다. 9 22일 사망을 알고 있었음에도 발표를 미뤘다는 건 뭔가 은폐를 하려고 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드는 거죠. 한국 정부로부터 남편과 관련된 내용은 그 어떤 것도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단 한 번도. 저희들이 직접 관계 부처 장관에게 연락하고, 대통령한테 편지를 써서 그 응답을 얻어낸 것이 다 였습니다. 사건이 커지면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아주버님 사무실을 찾아왔던 적은 있어요. 그런 적은 있어도 사고에 대해서 설명을 하거나 왜 월북으로 규정됐는지에 대해 설명, 월북 증거 등에 대한 설명, 이런 과정이 전혀 없었어요.

 

당시 그 과정에 대해 최근 국가인권위회도 조사하는데, 국가인권위가 저에게 이 부분을 계속 물어봤습니다. 검찰 참고인 조사 갔을 때도. 국가 차원에서 설명이 따로 있었냐는 걸 계속 묻더라고요.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라고 하더라고요. 해당 사건의 수사 결과 내용을 세 차례 정도 발표하면서도 단 한 번도 유가족에게 사전에 알린 적이 없었습니다.

 

기자: 아드님과 문 전 대통령이 편지를 주고 받은 후에 사건의 진상규명과 관련한 내용은 정부로부터 전달 받으셨습니까?

 

권영미 씨: 전혀요. 문 전 대통령께 답장을 받은 이후인 (2020) 10 22일 해경이 기자회견을 열었어요. 거기서 남편 사생활을 다 오픈하더라고요.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약속한 이후 해경이 그런 식의 발표를 한다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드는 거예요.

 

그때부터 저와 아들은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사생활을 들춰낸 거죠. 한 가족에 대한 인격살인. 국가 폭력이에요. 대통령은 지켜만 봤습니다. 애초부터 편지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하나의 도피용에 불과했던 거죠. 그 약속을 지킬 생각조차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것도 저희한테 언지가 없었고요. 사건 발생 이후 1 9개월 동안 서면으로도 저희한테 알려 온 적이 없고요. 아주버님이 답답해서 먼저 연락을 취해야 아직 수사 중이라는 답변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아주버님께 조카들을 생각해서 나대지 말라는 협박성 말도 했다고 해요.

 

기자: 한국 정부가 피해자 유족을 챙기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하셨겠네요.

 

권영미 씨: 내팽개쳐놨어요. 챙기는 것까지 바라지도 않습니다. 정부가 이 사건을 조용히 묻어버리고 싶어 하는구나란 걸 많이 느꼈죠. 저희가 언론을 통해 항의하고 항변해도 그냥 입을 닫더라고요. 민주당은 오히려 망언만 쏟아냈죠. 월북한 사람은 사살해도 된다느니, 개인적인 사정으로 죽은 사람인데 왜 국가의 책임이냐는 식으로 말을 했거든요.

 

기자: 해경 등 한국 정부가 남편이 월북했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발표를 했을 때 심정은 어떠셨나요.

 

권영미 씨: 아들이 격앙됐었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아빠가 무슨 월북이냐. 정부가 월북 증거,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그렇게 얘기했거든요. 수사 방향부터 저희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월북이라는 죄명부터 만든거잖아요. 수사를 하다가 월북이 나온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월북으로 맞춰놓고 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거죠. 월북 증거를 찾기 위해서 개인 사생활까지 파헤쳤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기자: 당시 북한이 김정은 당 총비서의 사과를 담은 통지문을 한국에 보냈을 때는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권영미 씨: 북한 통지문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대통령까지도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를 하는 걸 보면서 국민 한 사람 희생시키면서까지 원하는 것이 저런 것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에서 죽임을 당한 것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오로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은. 그 당시 남편의 실종과 종전선언 제안의 날짜가 맞물린 상황에서 남편이 숨진 것을 정부는 숨기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종전선언에 방해가 되니까. 그리고 이 사건은 국가의 책임이 크잖아요. 이를 은폐하고 여론을 잠재우려고 남편을 월북자로 둔갑시켰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북한의 당시 사과는 사과로 보지 않습니다. 통지문 뒤에 결국 변명을 늘어놨더라고요. 한국 측에 책임이 있다는 걸로 끝났잖아요. 그건 사과가 아니고요. 그렇게 지시한 사람이나 그렇게 직접적으로 살해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정부가 유족을 대하는 태도가 좀 달라졌나요? 진상규명과 관련한 상황 공유는 이뤄지고 있습니까.

 

권영미 씨: 최종 수사 결과가 나왔던 당일 오전 해경으로부터 전화가 왔었어요. 최종 결과 발표가 있을 거라고요. 안내를 먼저 해 주셨고 또 수사가 종료된다는 내용도 서면으로 이미 받은 상태였고요. 아주버님의 경우 당국으로부터 수사 상황을 미리 안내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정부하고는 유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아이들이 문 전 대통령 편지 받았을 때 이 편지가 거짓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거든요. 대통령의 약속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퇴임하는 그날까지 문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한 마디 없이 퇴임했잖아요. 아이들이 그에 대한 배신감이 상당히 큰데요. 윤석열 정부가 유족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너무 대조되니까 아이들이 이를 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기자: 남편의 사건과 관련한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보십니까.

 

권영미 씨: 전임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만 있었어도 북한이 사람을 마음대로 죽였을까요. 6시간이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시간이고 먼 거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문 대통령께서 남북 간 통신수단이 차단돼 있었다고 했는데 이것부터가 거짓말이죠. 당시 친서를 주고받았잖아요. 무엇보다 숨기지 않고 실종 당일 바로 발표만 했었어도 북한이 남편을 죽이지 못했을 거에요. 그런 말 한 마디조차 안 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겠죠.

 

기자: 문 전 대통령과 같은 지역에서 살고 계신데요. 한번 찾아가보겠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권영미 씨: 윤 대통령을 후보 시절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비슷한 질문을 받았어요. 문 전 대통령 퇴임하면 같은 지역 주민이 되는데 어떻냐고. 제가 매일 찾아가서 1인시위라도 하려한다 하니까 윤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진상규명을 할테니 믿고 기다려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도 저희가 만남을 여러차례 요청했음에도 응답이 없었거든요. 퇴임 이후에 무슨 대답을 기대하겠습니까. 찾아가는 시간이 아깝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남편 기일은 이제 챙길 예정이십니까.

 

권영미 씨: 그동안 남편은 공식적으로 사망자 신분도 아니었고 실종자였습니다. , 그 상태에서 제사를 지내면 당시 사건 자체를 (진상규명 없이) 받아들이는 게 되는 것으로 느꼈기 때문에 그동안 기일을 챙기지 않았어요. 일단 월북 증거가 없다고 최종 결과가 발표됐고 남편의 명예회복을 위한 순직 신청도 해둔 상태여서 올해 9 22 2주기를 맞아 장례식을 치르려 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부턴 매년 기일을 챙겨야겠죠.

 

기자: 마지막으로 김정은 당 총비서, 혹은 북한에 하실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권영미 씨: 북한 군인이 남편을 사살했다고 기사를 봤는데요. 그건 윗사람의 지시가 없으면 불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께서 김정은의 생명 존중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는 이런 표현을 하신 적이 있잖아요. 김정은은 그냥 살인자입니다. 사람의 생명을 파리 목숨으로 취급하는 살인자일 뿐이고, 그런 사람을 믿고 살아가는 북한 주민이 안쓰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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