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 꽃동산 만든 권순도 감독

200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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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9일 서울 신라 호텔 북한인권국제대회 장에서는 ‘꽃동산’이라는 제목의 영상물이 상영돼 회의장의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담은 기록영화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정치범 수용소와 북한 내 식량 사정, 여성 탈북자들의 삶을 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한족에 팔려간 북한 여성의 비참한 생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던 탈북자들의 증언, 추운 날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아야 했다는 탈북자의 얘기가 함께 담겨있습니다.

이 영상물을 만든 사람은 올해 28살, 권순도 씨입니다. 권 씨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북한 문제를 접한 뒤 시간이 나고 기회가 되는 대로 탈북자를 만나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카메라로 담아왔습니다. 지금까지 찍어놓은 인터뷰만도 6미리 필름 50개가 모여있습니다. 모두 합하면 500분 분량으로 2년 동안의 작업을 통해 나온 결과물입니다.

권순도: 군대에서 제대할 때가 되면 시간이 많아 남잖아요. 북한 관련된 책이 많았는데 그때부터 내가 할일이 무엇이 있을까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북한 인권 국제 대회에서 상영된 ‘ 꽃동산 ’ 은 국제 대회 준비위원회의 요청으로 그 동안의 인터뷰들을 모아서 권 씨가 편집한 것입니다. 본인도 탈북자 인터뷰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해도 이런 식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권순도: 제가 뭐 많이 한 것이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어떤 역할이 있다는 것에 고마워.

꽃동산이라는 제목은 권씨가 인터뷰했던 한 탈북자의 말 속에서 따왔습니다.

권순도: 사람들이 죽었을 때 묘비 없이 둔덕을 만들어 둔 것이 꽃동산이라고 누른다고 어떤 분이 얘기해줬어요. 그래서 이 작품에서 암시적으로 사람들이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북한 전체가 꽃동산으로 변할 수 있다는 의문을 던져주고.

권씨가 탈북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권씨의 경우 카메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극도로 경계하고 또 거절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권순도: 여성으로 개인적인 수치심 때문에 얘기해주시만 이것을 카메라로 기록하는 것은 꺼려하세요.

그러나 권씨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만큼 이들의 얘기를 듣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특히 권 씨는 탈북자들이 안전한 곳에서 인터뷰를 할 때조차 계속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계하는 모습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권순도: 그분들이 항상 두려워하는 것을 느껴요. 답변을 골라한다든가 단 둘이 얘기하는 상황이라도 무언가 눈치를 본다던가. 그럴 때는 남한에 와서도 이러실까 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지죠.

권순도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탈북자들의 수가 적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얘기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용기를 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권씨는 현재 자신이 원래 가려고 했던 길로 돌아가, 일반 극영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와는 상관없는 내용을 영화로 만들고 있지만 언젠가는 탈북자의 얘기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권순도: 김정일 경호원이셨다는 이영국씨 얘기요. 증언들이 생생하구요 잡히는 과정도 극적이고.

마지막으로 권 씨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작업에 함께 참여하기를 희망했습니다.

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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