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상 김정일과 '동급?'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11.11.08
rising_jongun_305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오중흡7연대 칭호를 받은 조선인민군 공군 제813군부대를 시찰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후계자 김정은의 위상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자주 나오고 있지요. 요즘 노동신문에 실리는 사진만 보더라도 김정은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요즘 북한 매체들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후계자 김정은이 차세대 지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지난달 17일 김정일 위원장과 김정은이 함흥시 2.8비날론연합기업소를 시찰한 사진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노동신문 1면에 실린 이 사진은 김정일보다 김정은을 부각한 게 특징입니다. 사진 속 주변 인물들도 김정은을 쳐다 보고 있습니다. 과거엔 항상 김정일이 사진 속 주인공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 신문의 보도사진에도 후계 바람이 불고 있는 셈입니다. 북한 보도사진을 연구해 온 동아일보 사진부의 변영욱 기자입니다.

변영욱: 김일성이 살아 있을 때 김정일이 아버지와 함께 노동신문의 1면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등장하고 나서, 비록 김정일과 함께이긴 하지만, 김정은의 사진이 노동신문의 1면을 통해 노출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변영욱 기자는 '북한 1호 사진의 변화'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2007년 석사학위를 받은 이후 지속적으로 북측의 보도사진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변 기자는 “과거 김정일의 집권 과정과 비교할 때, 김정은이 노동신문의 사진에 등장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고 지적합니다.

김정일의 경우 1974년 2월 당 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 위원이 되면서 후계자로 공인됐고, 이후 노동신문에 김정일의 사진이 처음 실린 건 1980년이었습니다. 후계자가 된 이후 6년이 지나서야 노동신문에 얼굴이 처음 나온 셈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얼굴은 빠르게 노출됐습니다.

김정은의 후계구도는 2010년 9월28일 당대표자회에서 공식화됐고, 김정은의 모습은 그날 찍은 기념사진을 통해 노동신문 1면에 공개됐습니다.

또한 2011년 1월23일자 노동신문에는 만수대 창작사를 현지 지도한 김정일과 김정은의 소식이 화보 형식으로 실렸는데, 여기엔 김정은이 포함된 사진이 8장이나 된다고 변 기자는 지적합니다.

“김정은이 사진에 등장하는 빈도나 김정은을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정도를 보면 북한의 선전 당국은 김정은에게 차세대 지도자의 위상을 부여하고 있는 듯 하다”고 변영욱 기자는 설명합니다.

변영욱: 김정은의 사진을 반복적이고 적극적으로 노출함으로써 북한이 김정일 이후의 후계체제가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노동신문뿐 아니라 조선중앙TV도 김정은을 부각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조선중앙TV는 8월28일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김정일 위원장을 김정은이 마중하면서 고개도 숙이지 않은 채 한 손으로 악수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부자 지간에 허리도 굽히지 않은 채 인사하는 모습도 이례적이지만, 북한이 신처럼 떠받드는 김정일과 한 손으로 악수하는 김정은의 모습은 북한 인민에게 ‘이제 누구에게 권력이 넘어가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입니다.

고영환: 장군님의 손을 한 손으로 잡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요. 김정일이 심하게 앓으면서 후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이고요. 김정은이 김정일과 맞먹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김정일 위원장의 시대는 가고, 김정은의 시대가 오고 있다, 그리고 김정일의 권위가 많이 땅에 떨어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습니다.

김정일의 건강 악화 이후, 2010년 9월 급작스럽게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 이후 김정일의 건강 상태에 따라 후계구도 정착 작업에 속도 조절이 있긴 했지만, 후계 승계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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