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 “북한, 2012년 선민정치 시발점 돼야”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만나고싶었습니다’ 순서의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바마의 미국과 한반도 그리고 2012년 체제>라는 책이 최근에 한국에서 나왔습니다. 평화 운동을 하는 평화네트워크의 정욱식 대표가 쓴 책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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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이 2012년을 시발점으로 현재의 ‘선군정치’에서 백성을 위하는 이른바 ‘선민정치’로 전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진- 평화네트워크 제공)

정 대표는 북한이 2012년을 시발점으로 삼아서 현재의 ‘선군정치’에서 백성을 위하는 이른바 ‘선민정치’로 전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평화네트워 사무실에서 정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박성우:

정욱식 대표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정욱식:

네, 반갑습니다.

박성우:

먼저, 책 제목을 ‘오바마의 미국과 한반도 그리고 2012년’이라고 끝내지 않고, 2012년 ‘체제’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욱식:

한반도에는 1945년 분단 체제가 형성됐고, 53년에 정전 체제가 시작됐지요. 공교롭게도 2012년이라는 해에 국내외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가 몰려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체제’라는 명칭을 붙인 이유는 한반도 내적으로는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그래서 분단에서 통일로 넘어갈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고 있고요. 무엇보다도 53년 이후 반세기 넘게 지속하여 온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국내외적으로 보면, 한국의 정치인들에게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이 먼저 떠오르겠습니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는 해가 될 것이고요. 그리고 중국에서도 후진타오에서 시진핑 체제로 이행이 예정돼 있고, 또 러시아에도 대선이 예정돼 있습니다. 또 동북아 질서에서 한반도 문제와 함께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는 양안 관계에서 대만의 총통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에서 미․러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제2의 냉전이 거론되고 있는데, 제2의 냉전을 촉발시킨 핵심적인 이유는 부시 행정부가 동유럽에 미사일 방어체제, 즉 MD를 배치하려고 하는 계획이었습니다만, 이게 완료되는 해가 바로 2012년이라고 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게, 한․미 관계 차원에서 1950년 한국 전쟁 발발 직후에 미국에 넘어갔던 전시작전권이 2012년 4월 17일 한국으로 환수되는, 한미 동맹에도 큰 체제 변환이 있다는,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고요.

특히 북한도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활짝 열어 놓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인 바람입니다만, 북한이 지금까지 선군정치를 통해서 그럭저럭 체제를 유지해왔다면, 2012년을 시발점으로 삼아서 선군정치에서 ‘선민정치’로 전환할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체제’라는 표현에 담겨 있습니다.

박성우:

말씀하신 대로 2012년엔 국가마다 여러 가지 일정이 있고, 이게 모두 연관돼 있다고 책에서 쓰셨습니다. 2012년은 분기점이 될 거라는 전망을 하셨는데,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 진입 원년’으로 삼고 있지 않습니까. 정 대표께서는 책에서 “강성대국의 내용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강성대국’의 내용이 바로 “김정일의 유산이기 때문”이라고 쓰셨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그런지 설명을 부탁합니다.

정욱식: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론을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는 2012년이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김일성이 절대적인 존재였고, 김정일 체제 역시 상당 부분은 유훈 통치에 의존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 되는 그 해에 강성대국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는 강력한 통치 이데올로기, 국가 전략 목표를 가진 상황이라는 것이죠.

북한이 지금 스스로 주장하는 것은 ‘이미 사상 강국과 군사 강국은 달성했고,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경제 강국, 과학기술 강국’이라는 건데요. 그렇다면, 북한이 현재 핵을 가지고 여러 가지 도박성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만, ‘과연 북한의 핵 보유와 북한이 스스로 이야기하는 2012년 강성대국론이 양립할 수 있는 것이냐’라는 부분이 중요할 텐데요.

현실적으로 볼 때,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상태에서 정전 체제의 평화 체제로의 전환이라든지, 북․미 관계 정상화라든지, 외부의 경제 지원과 경제협력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요. 또 북한이 이야기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의 유훈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이 2012년까지 ‘조선반도 비핵화’를 달성하지 못하면, 김일성의 유훈을 실현하지 못하는 어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북한이 최근 들어 ‘우리에게는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것이 있다, 그것은 인민의 일심단결이다’라고 이야기한다든지, ‘우리식대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행하는 것은 정당성을 갈수록 획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요. 이건 한편으로 보면,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절대화하고 있다’는 고정관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2012년을 찍고 북한이 계속 ‘선군 정치에 기반을 둔 강성대국론을 펼칠 것이냐, 아니면 선민 정치에 기반을 둔 강성대국론을 펼칠 것이냐’는 북한의 자체적인 선택도 굉장히 중요합니다만,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그리고 북한을 둘러싼 여러 가지 주변 정세가 상호 간에 작용과 반작용을 하면서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북한이 좀 더 바람직한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건과 환경을 만드는 데 많은 관심을 둬야 한다고 봅니다.

박성우:

핵 문제와 미․북 간의 관계 정상화 문제가 풀려야 북한도 ‘선민 정치’를 할 수 있을 텐데요. 미국의 민주당 정부는 전통적으로 비확산을 중시하고 있잖습니까. 오바마 정부가 핵을 가진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정욱식:

저는 거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2012년 이전에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상태에서 (미국이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한다는 것은 공화당에 엄청난 정치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고,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전략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죠.

다만,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상당 부분 진척되고, 남아 있는 핵무기나 핵물질도 폐기 일정이 나온다든지, 그런 어떤 확신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면 관계 정상화가 가능하겠습니다만, 현재처럼 핵무기나 핵물질 폐기의 일정도 없고, 그런 부분들이 본격적으로 협상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미국이) 관계 정상화를 해 준다는 것은, 오바마가 재선을 위해서라도 절대 생각할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의 핵 포기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는 것과 맞물려 있는데요. 정 대표께서는 2010년 5월 뉴욕에서 열리는 NPT 검토 회의가 중요하다는 내용을 책에서 자주 언급하셨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리고 북한이 옵서버(참관자) 자격으로라도 NPT에 돌아온다면, 비확산 차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도 지적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작아 보이거든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정욱식:

NPT 검토 회의가 지금으로부터 한 1년 정도 시간이 남아 있는데요. 사실 한반도 정세라는 것이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바뀌지 않습니까. 지금 상황이 굉장히 답답하고, 전망이 불투명한 측면도 있겠습니다만,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볼 때,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NPT의 재건이 중요합니다. 부시 행정부의 8년을 거치면서 NPT가 상당히 많이 위태로워진 부분을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해서 재건하고, 더 나아가서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겠다’는 걸 오바마 스스로 거대 비전으로 밝혔다는 것이죠.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는 NPT 역사상 최초로 NPT에서 탈퇴해서 핵실험까지 한 북한이 옵서버 자격으로라도 NPT에 참여할 수 있다면, 이는 NPT 체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죠. 전망은 좀 불투명한 측면이 있습니다만,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는 내년 NPT 검토 회의에서 북한을 복귀시키는 부분에 상당히 관심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특히 내년 5월에 NPT 회의가 있습니다만,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 9월경 핵보유국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그때까지 북한 핵 문제와 이란 핵 문제의 진전이 없으면, ‘저게 뭐하자는 것이냐, 북핵이나 이란 핵도 풀지 못하면서 핵보유국의 핵 폐기를 이야기하는 게 하나의 정치 쇼에 불과한 것 아니냐’ 이런 핀잔을 들을 수도 있거든요. 오바마가 생각하는 거대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동북아에서의 북핵 문제, 또 중동에서의 이란 핵 문제 진전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오바마 행정부가 ‘이거 한 번 해볼 만한 협상이다’라고 생각하면,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해서 북한의 NPT 복귀를 추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았습니다. <오바마의 미국과 한반도 그리고 2012년 체제> 이 책에서 말씀하신 대로, 2012년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와 함께 ‘만나고싶었습니다’ 오늘 순서 진행했습니다. 오늘 너무 감사드립니다.

정욱식: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