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식인, 당국의 조국광복에 대한 역사왜곡 비판

서울-손혜민 xallsl@rfa.org
2020.08.14
stage.jpg 지난해 광복절을 맞아 북한에서 열린 경축 공연 모습.
사진-연합뉴스

앵커: 요즘 북한 매체들이 8.15 광복 75주년을 맞으면서 조국해방의 역사적 승리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이 가져온 업적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식 있는 북한 지식인과 주민들은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역사는 심각한 역사왜곡이라며 비판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 행정기관에서 일하다 퇴직한 60대의 한 주민 소식통은 14815일을 맞아 텔레비죤과 노동신문에서는 수령님께서 일제와 맞서 싸워 항일무장투쟁을 승리에로 이끌어주셨기에 조국이 해방되었다며 선전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완전히 왜곡된 역사를 듣다보면 쓴 웃음만 나온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간부들과 지식인들은 가까운 사람끼리 모여 앉으면 김일성은 중국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하였지만 실제로는 일제의 소탕작전을 피해 소련으로 넘어가 있다가 조국해방을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한다면서 평양에 세워진 개선문도 소련에서 평양으로 입성한 김일성을 기념해 세운 것이라며 당국의 역사왜곡을 비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금은 웬만큼 의식 있는 주민들도 장마당에서 몰래 판매하는 백부도서(일반주민에는 금지도서)를 구매해 읽기 때문에 진실된 역사에 눈이 트이고 있다면서 조국해방은 김일성의 업적이 아니라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연합군 세력이 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파쇼독일과, 만주를 침략한 일제를 패망시키며 이룩한 역사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기계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소식통도 자식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를 읽어보면 우리나라 역사는 전탕 왜곡되어 있다면서 고급중학교 교과서를 봤더니 김일성이 194589일 조선인민혁명군 전 부대에 조국해방을 위한 최후공격명령을 하달함으로써 경원(새별군)과 경흥(은덕군)일대부터 해방된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교과서에는 또 바다로 진격한 부대들은 811일 선봉에 상륙해 청진일대로 진격하고 김일성이 파견했던 국내정치공작원들이 전국적으로 인민봉기를 일으켜 조국해방작전 개시 1주일도 안되어서 815일 일제가 항복하고 조국이 완전히 해방되었다는 날조된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과거에는 왜곡된 교과서의 역사내용을 그대로 믿고 배웠지만 장마당시대에 태어난 자녀들은 다르다면서 이들은 짬만 있으면 손전화에 SD카드를 끼워 외국영화를 보면서 사실에 입각한 역사를 배우기 때문에 역사교과서의 내용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평안남도 고급중학교에서 공부하다 지난 2018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한 탈북 대학생(20)내가 북한에서 친구들끼리 영화를 보면서 진짜 역사를 배운 영화는 노르망디상륙작전을 각색한 미국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대표적이다”라면서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연합군의 2차대전승리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고, 8.15 조국해방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 학생: "그때 아이들끼리 몰래 보던 영화제목이 미국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였어요. 재미나게 보고는 저저마다(제각기) 2차세계대전 역사를 서로 말하던 게 기억나요…"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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