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서 전도유망한 군관신분으로 위장해 다수의 여성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던 30대 남성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사법당국은 가짜군관 행세를 하며 사기행각을 벌여 최고사령관의 권위를 훼손한 죄로 이 남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4일 “며칠 전 덕천식료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처녀와 결혼을 약속하고 약혼식까지 올린 한 군관이 사법기관에 붙잡혔다”면서 “앞날이 창창한 군관이라며 이 여성과 결혼식을 올리려던 이 남성은 군관신분을 위장한 무직자로서 사기결혼을 하려다 발각된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32세의 이 남성은 지난 몇 년 동안 인민군 포병부대 중대장신분을 사칭하며 황해남도와 평안남도의 여러 지역을 나다니며 돈벌이가 좋은 여성들을 골라 접근해 결혼을 미끼로 사기행각을 벌여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지금까지 이 가짜 군관이 혼인을 빙자해 약혼이나 성관계를 가진 여성은 아홉 명에 달하며, 결혼을 약속한 여성들로부터 현금과 물품을 뜯어냈다”면서 “약혼녀나 그 부모들조차 가짜군관의 신분을 의심하지 않고 귀중품과 현금을 제공한 이유는 이 남성이 가짜 중대장 신분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하지만 군관복장을 비롯한 중위견장과 신분증은 모두 이 남성이 직접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 조사과정에서 밝혀져 결혼을 약속했던 여성들과 주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5일 “군관신분으로 위장해 다수의 여성들에게 접근한 다음 결혼을 미끼로 현금과 귀중품을 갈취한 뒤, 잠적하는 수법으로 여성들을 울리던 한 남성이 사법기관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군관에게 돈을 뜯긴 여성들이 해당 군부대를 찾아가 항의했지만 그런 군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법기관에 신고해 이 남성이 체포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사법당국은 가짜 군관 신분증으로 여러 명의 여성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린 이 남성을 사기죄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군관신분을 사칭해 인민군대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최고사령관(김정은)의 권위를 훼손시켰다는 죄목으로 엄중히 조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에 피해자의 가족들은 사법기관을 찾아가 군관신분을 위장한 남성으로부터 정신적 타격과 물질적 손해를 보았으니 사기죄로 처벌하고 범인으로 부터 손해배상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하지만 사법당국에서는 해당 여성들이 가짜 군관에게 속아 약혼한 것은 탐욕 때문이며, 가짜 군관에게 돈과 물품을 준 것은 자발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손해배상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에 주민들은 인민군과 최고사령관의 명예만 중요하고 여성들이 받은 상처는 하찮은 것이냐며 여성인권을 부정하는 당국의 행태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