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심야 ‘도둑 열병식’ 굳이 해야 했나”

서울-김지은 xallsl@rfa.org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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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보기 위해 광장에 모인 주민들. 참가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다.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보기 위해 광장에 모인 주민들. 참가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지난 10일 자정에 시작된 북한 노동당창건75돌 기념행사에 참가한 북한주민들 속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밤중 열병식은 차라리 안하기만 못한 행사였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11일 “지난 10일, 평양시 김일성광장에서 당창건75돌을 기념하는 경축행사가 요란하게 진행되었다”면서 “이번 경축행사는 인민군 열병식에 이어 당창건 축하행사와 불꽃놀이 순으로 진행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당창건기념행사가 자정에 시작되어 새벽 3시에 마감되면서 행사 참석 자들은 피곤에 지친 채 아침 해가 뜰 때에야 집에 도착하게 되어 불만이 터져나왔다”면서 “한 달 전부터 평양시 각 구역에서 주민들을 동원해 행사준비를 해왔지만 당창건  기념행사를 한밤중에 개최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강제적인 행사동원도 불만이지만 밤중에 도둑 열병식을 진행한데 대한 비난과 조롱이 더 많다”면서 “이번 당창건75주년 기념행사는 차라리 안한 것만 못하다는 게 대부분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동안 우리의 군사무력이 세계최강이라고 자랑하고 여러 가지 신무기를 내세웠지만 행사를 한 밤중에 진행함으로써 그 의미가 모두 사라졌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무엇이 두려워 밤중에 도둑열병식을 했느냐며 그럴 바에는 열병식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식량이나 배급해주는 게 훨씬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요즘 주민들 속에서 뜨거운 화제는 당창건기념 열병식을 한 밤에 진행한 것”이라면서 “일부 주민들은 '미국이 쏠까봐 그랬다'느니, '미국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 그랬다'느니 말이 많은데 아마도 한 밤중에 열병식을 가진 것은 세계 최초일 것이라며 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간부 소식통은 11일 “올해 당창건75돌 기념행사가 밤중에 진행됨으로 하여 주민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열병식에 이어 있은 연설에서 최고존엄이 울먹이기까지 하며 자신의 미숙함을 인정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고존엄이 ‘인민들이 생활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국가의 중책을 지닌 자신의 부족함’이라며 면목이 없다고 말하며 울먹였다”면서 “이에 주민들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에 걸쳐 인민을 위해 몸 바쳐 일한다는 입에 침바른 소리를 들으며 배고픔을 견뎌왔다며 3대에 걸친 연극을 보는 것 같아 혐오감마저 느끼게 된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우리(북한)가 못 먹고 못사는 이유는 유일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개혁개방을 거부하는 최고지도부의 탓이지 무슨 다른 이유가 있겠느냐”면서 “저렇게 요란한 무기 개발 비용의 일부만 주민생활에 돌려도 먹고사는 문제가 풀릴 텐데 인민들에게 미안한 짓을 왜 계속 고집하냐며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일부 주민들 속에서는 최고존엄이 얼마나 바빠 맞았으면 눈물까지 보이며 연기를 하겠느냐며 조롱하고 있다”면서 “주민생계를 외면하고 무기개발에만 매진하다가 이제는 체제위기를 걱정하게 되었으니 그 심정이 매우 복잡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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