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당국이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을 맞으며 중국 내 북한노동자들에게 각종 축하 모임과 충성결의모임 등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과로에 시달리던 북한 노동자들은 정치행사로 짧은 휴식시간마저 빼앗긴 채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관련 소식 박정연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료녕성 단둥시의 한 조선족 소식통은 11일 “단동시에 있는 한 의류제조공장에서 일하는 북조선 노동자들이 (노동)당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느라 완전히 지쳐버렸다”면서 “해당 공장에서 일하는 북조선 근로자 300여명은 10일 하루 종일 당창건 기념행사에 전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북조선 근로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공장 내에 정해진 행사장으로 이동해 북조선 노래를 떼창하며 춤을 추는 기념무도회를 진행했다”면서 “그러나 하루 평균 16시간의 중노동에 지칠대로 지친 노동자들이 무슨 흥이 있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단동일대의 공장에서 일하는 북조선 근로자들은 평소 노동량이 많아 대부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어 휴식이 절대로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그런데 당창건 기념일같은 국가기념일에 휴식을 취하기는 커녕 평소 일할 때보다 더 많은 행사동원에 시달리고 있어 피로가 쌓여 고통스러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당창건기념일 행사를 위해 해당 공장의 북조선 노동자들은 작업반별로 행사 하루 전날인 9일, 밤을 새워서라도 내일 해야 하는 작업량까지 달성하고 퇴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이 때문에 작업반 전원이 자정이 훨씬 지나도록 마선(미싱)질을 하고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퇴근할 수 있었는데 채 눈도 붙이지 못하고 새벽에 행사에 동원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밤을 새워 일한 북조선 근로자들은 죽기 살기로 일하다 명절날 하루 쉬는 게 소원인데 이게 무슨 명절이냐며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고 하소연했다”면서 “당창건절절을 기념한다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라고 독촉하는데 밤샘 근무에 지친 근로자들에게는 그저 고통스러운 몸부림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길림성 훈춘시의 한 조선족 소식통도 같은 날 “어제 훈춘시에 있는 한 닭고기 가공공장에서 10월 10일 북조선 당창건 기념일행사가 치러졌다”면서 “경축 10월 10일이라는 커다란 축하 문구가 걸린 공장 내 행사장에 수 백 명의 북조선 노동자들이 모여 충성의 결의모임을 가졌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북조선 노동자들은 행사 당일 날 일은 하지 않고 한 명도 빠짐없이 충성의 결의모임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10일 날 마쳐야 할 업무량이 고스란히 11일로 넘겨져 노동자들은 평소보다 두 배의 과제량을 수행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 과정에서 한 여성노동자가 피로에 지쳐 작업 중 실수를 하게 되었고 이를 보고받은 책임자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다 심지어는 손찌검까지 했다”면서 “같이 일하던 북조선노동자들은 ‘이렇게 과로하다보면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분개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북조선당국에서는 당창건절을 기념해 하루 휴식을 준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북조선 근로자들에게는 당창건기념일이 명절이 아니라 악몽 같은 하루가 되고 말았다”면서 “평소에도 지나친 과로에 시달리는 북조선 근로자들은 국가기념일이 다가오면 공장노동보다 더 강도 높은 행사동원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