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생을 살아요 탈북여성 최선희
2007.05.31
서울-이진서
집에서는 컴퓨터와 자동차 운전을 얘기하고 밖에서는 시장 포목점에서 손님을 맞아 장사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습니다. 남한에 온 탈북자 최선희씨의 하룹니다. 최씨의 평범한 하루를 통해 남한 탈북자 가족의 고민과 삶의 즐거움을 들여다보겠습니다.
탈북여성 최선희씨는 매일 주차장에만 세워뒀던 차를 직접 몰 수 있게 됐습니다.
최선희: 일단 차에 타면 안전벨트를 하고 의자를 조절하고, 다른 것이 이상 없나 보고 시동을 걸고, 기아를 1단에다 넣었어요. 앞으로 나가려고...
남편은 대중교통인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고 자신은 직장이 가까워 걸어 다닙니다. 그동안 운전을 할줄 몰라서 차를 아파트 주차장에 늘 세워두고 택시나 버스를 탔어야 했는데 이제는 남편이 없어도 직접 자신이 원하는 곳은 어디든 혼자 갈수 있게 된 겁니다.
최선희: 네비게이션이라고 길을 몰라도 가는 곳을 넣으면 길을 알려줘서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거예요.
최선희씨가 자신 스스로의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기 시작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지난 1999년 먹고 살기 위해서 당시 한 살 된 아들을 데리고 최선희씨는 탈북해 중국에서 조선족과 결혼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안정되고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없었고 남한 행을 택하지만 그것 때문에 아들과는 2년 동안이나 생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먼저 남한에 가서 자릴 잡고 남편과 아들을 부르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중국에 있는 아들을 데려올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최선희: 부로커를 통해서 3국을 통해서 돈을 들여서 데려 오려서 생각하고 시도도 했는데 생각한 것처럼 쉬운 것이 아니더라고요. 모르는 사람에게 어린아이를 맡긴다는 것이 부담도 크고 마음도 안 놓여서...
실제로는 중국에서 조선족 남편과 살고 있었지만 문건상으로는 존재하지도 않고 남편의 호구에도 오르지 않았던 아들을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남한으로 데리고 오는 것이 힘들었던 겁니다. 그런데 간절히 원하면 길이 보인다고 남한 출입국 사무소에서 중국에 있는 아들을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최선희: 일단 아이를 중국국적을 만들기 위해서 아빠 아들이라는 호적을 만들어야죠. 그러면 중국에 있는 아이 아빠와 결혼을 하면 입양하는 것으로 되거든요. 몇 년을 고민하고 힘들어했는데 실제 하니까 보름도 안 걸리더라고요.
마침 기자와 집 근처 공원에서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아들 주혁이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엄마에게 달려왔습니다.
모자의 대화 : 오늘 학교에서 뭐 배웠어? 컴퓨터요. 그리고 또 뭐? 즐거운 생활, 동화책 읽었어요....
주혁이가 오자 이제 얘기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학교생활로 바뀌었습니다,
최선희: 저번에 학교에서 가족신문 만들기 숙제가 있어서 나름대로 해서 보냈는데 좀 방식이 좀 틀렸나 봐요. 가족신문은 가족이 책을 한권 정해놓고 아빠, 엄마, 나 하고 책을 읽은 소감을 적는 거였는데 틀렸나 봐요. 그러니까 아이가 엄마는 어렸을 때 안 해봤냐고 북한에는 그런 것이 없었는가 하고 물어보더라고요.
최선희씨 아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들이 남한사람들에게는 기초적이고 쉬운 것이지만 최씨에게는 남한에서 처음 접한 컴퓨터와 자동차만큼이나 생소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을 뒤로 되돌릴 수도 없기에 현재에 충실하면서 최선을 다하자고 굳게 맘먹고 살고 있습니다.
최선희: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한국에 오면 말도 다르고 여러 가지로 차별받고 소외감을 느낀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보통 한 달반에서 두 달을 한 직장에서 버티지를 못하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해보니까 6개월이 넘으니까 일에 대한 자신이 있고 확신이 있으니까 지금은 그 일이 아니라도 다른 일을 한다고 해도 두렵거나 그런 것이 없고 자신감이 있고 잘해야 한다, 남보다 열심히 해야 된다는 생각 밖에는 없잖아요.
최선희씨의 삶은 평범합니다. 그러나 바로 이 평범함을 위해 최씨와 그의 가족들은 많은 것을 희생했고 그 희생은 평범함 속에 자유라는 값진 결과로 오늘의 그를 있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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