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수련회, 부산 YWCA
2007.06.18
부산-이진서
죽을 고비를 몇 번씩 넘긴 탈북자들은 남한입국 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남한입국 탈북자의 약 20 퍼센트인 500여명이 살고 있는 부산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수련회가 열렸습니다.
(현장음) 버스안에서 반갑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여성 탈북자
부산에 사는 탈북자 40여명이 타고 가는 관광버스 안에는 난데없이 탈북자들의 노래 경연이 벌어집니다. 부산지역 기독여성 단체인 YWCA가 탈북자를 대상으로 남한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선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1박2일의 탈북자 심리치유 캠프를 마련한 겁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온 4살짜리 꼬마부터 70대 할아버지 까지 공기 좋은 산을 찾아 하루 동안 함께 먹고 자면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더욱 힘차게 생활하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70대 탈북자 황창익 할아버지가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하모니카를 부르고 버스 안에 타고 있는 탈북자들은 그 가락에 맞춰 노래를 부릅니다.
(하모니카 연주)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난다.
이들 탈북자들은 각자 아픔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등지고 먹고 살고자 탈북을 했고 중국 땅에서는 거리의 행인들을 상대로 꽃제비 생활도 했습니다.
지금은 남한의 한 조선소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는 탈북자 박문식씨도 중국에서 꽃제비 시절을 경험했습니다. 중국에서는 눈물로 부르던 그때의 노래를 이제는 웃으면서 부를 수 있습니다.
박문식: 총알은 쇳대로 깍아 만든 것 맞으면 죽어... 덤빌 자가 누구냐 보라 우리를 보라 그러면 마음 빵빵 하리라 보라 우리는 무적의 꽃제비 부대...
탈북자들은 한사람, 한사람 자기소개를 하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는 가운데 탈북자들은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40대 중반의 김영훈씨는 유난히 어머니 생각이 난다고 말합니다.
김영훈: 저의 부모가 아직 중국에 있습니다. 저희들이 중국에서 7개월 동안 감옥 생활을 했거든요. 그때 어머니 얼굴에 영 그늘이 많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자식과 딸을 그리며 어머니가 중국에 있어요... (노래) 그리운 엄마 나의 엄마 꿈결에도 그리운 엄마...가고 싶어라 어머니 품으로 한걸음에 달려가고파... 이것이 감옥에서 부르던 노랩니다...
3시간여를 달려 밤을 보내게 된 황매산 수련관에 도착했을 때 이미 수련회에 참여한 탈북자 40여명과 인솔자들은 친구가 돼있었습니다. 저녁식사 뒤에는 탈북자들의 남한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기 소개법과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짧은 강의가 있었습니다.
강사: 자기소개는 쉽게 그리고 강한 인상이 남을 수 있게 하고 재밌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남한식의 자기소개 법을 배우고 자신이 바라는 희망사항들을 신문에서 글자나 그림을 오래낸 뒤 발표하는 시간도 가져습니다. 탈북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부자가 되고 싶다, 가족과 다시 만나고 싶다, 남한에서 키우는 우리 아이들은 교육을 잘 시켜서 당당하게 살도록 하겠다 등의 공통된 바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 저기서 새벽까지 고향 얘기를 서로 나누느라 밤잠을 설친 탈북자들이지만 새벽에는 다시 일정에 있는 산길 오르기 산책을 하면서 마냥 좋아했습니다.
최청남: 한국에 오니까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사람이 환경에 따라 마음이 변한다고... 옛날에는 안보이던 것이 많이 보입니다. 산도 아름답고 꽃도 보면 다시 보고 싶고.
탈북자 최청남씨는 북한과 중국에서 신물이 나도록 산을 오르고 먹고 살려고 산나물들을 뜯었지만 그때는 그토록 지겹기만 하던 산이 남한생활을 하고 난 뒤 아름답게 보인다는 말했습니다.
최씨는 아마도 북한 사람들은 쉬는 날 등산을 간다고 하면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라며 너털웃음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수련회 일정을 모두 끝내고 집으로 돌라가면 또 열심히 일해 아이들 뒷바라지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과 북 같은 산천이고 그곳에 사는 사람도 한민족이지만 산을 보고 꽃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디에 살고 있는가에 따라서 많이 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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