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체제 불안 때문에 개방을 두려하고 있는 북한은 오히려 적극적인 대외개방을 통해 경제적 번영과 함께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들어 동남아 외교에 적극적인 가운데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베트남 최고 지도자로선 50년만에 처음으로 지난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경제협력 방안 등 여러현안을 논의했습니다. 또 이달 28일 북한 김영일 내각총리는 베트남을 방문해 여러 경제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북한이 혹시 사회주의 경제성공 사례국인 베트남의 경제 모델을 따르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돕니다.
베트남은 지난 86년 도이모이 즉 개방개혁에 나선 이래 해마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올해 경제도 지난 9월말 현재 8% 이상의 고속 성장을 기록했을 만큼 잘 나가고 있습니다. 같은 사회주의국이면서도 만성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베트남 경제모델의 유혹에 빠질만도 합니다.
그러나 베트남 경제모델이 북한이 따를만한 모델이긴 해도 상반된 경제사정상 어려움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놀란드 박사입니다.
Noland: 북한경제와 베트남 경제를 살펴보면 서로가 아주 다르다. 베트남 경제는 북한보다 훨씬 더 농업에 기초해 있다. 즉 농업경제국이다. 베트남이 지난 80년대 경제개혁을 시작할 때 노동력의 70% 이상이 농업에 종사했다. 반면 북한 사정은 아주 다르다. 북한은 베트남보다 훨씬 더 큰 산업기반을 갖고 있다. 베트남에 비하면 북한의 농업기반은 아주 작다. 북한이 단순히 베트남 경제모델을 따라가야 한다고 하면 맞지 않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공산권 경제전문가인 아술룬드 박사입니다.
Asuland: 베트남과 북한 두 나라를 단순 경제비교 해선 안된다. 북한처럼 산업중심의 사회주의 경제를 개혁하는 건 훨씬 더 어렵다.
미 의회조사국(CRS) 래리 닉시 박사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진정한 개방개혁 의지가 없는 한 베트남 경제모델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Niksch: 북한이 베트남식 사회주의 경제정책을 칭찬하지만 진정한 개방의지가 없으면 별 의미가 없다. 북한은 먼저 행동을 통해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과거 김정일이 중국 상해 주식시장을 들렀을때 감탄사를 연발했는데, 귀국해서 진정 뭐가 달라졌는가?
북한은 개방에 대한 정치적 의지와 함께 베트남의 적극적인 대미관계 개선을 눈여겨 봐야한다는 지적입니다. 놀란드 박사입니다.
Noland: 미국은 북한하고도 싸웠고 베트남과도 싸웠다. 미국은 베트남전때 한국전보다 훨씬 더 많은 미군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는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베트남 총리가 지난해 봄 워싱턴을 방문했을 정도로 양국 관계도 좋다. 경제 관계도 아주 훌륭하다. 미국이 자신들과 전쟁을 치른 공산국과도 좋은 정치관계를 이룩한 실례라 바로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힘입어 상당한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고 세계무역기구에도 가입하는 등 경제개발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베트남은 이처럼 대외개방 정책을 취하면서도 국내적으론 정치적 안정을 기하고 있습니다. 체제 불안 때문에 개방개혁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북한이 배울 점도 바로 이점이라는 겁니다. 놀란드 박사입니다.
Noland:북한입장에서 보면 자기들이 원하는 걸 베트남이 이룩해낸 것이다. 즉 경제 개방을 취하면서도 내부적으론 정치적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그러면서도 대외적으론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 사례는 북한 지도부에 아주 흥미로운 교훈을 준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