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중국에 발묶인 탈북민들 고통 심화”

0:00 / 0:00

앵커: 지난 20년간 탈북민 구출에 힘써 온 한국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는 코로나 19(코로나비루스)로 2년 넘게 중국에 발이 묶인 탈북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성은 목사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지금 현재도 제3국으로 가고 싶지만 묶여 있어서, 어떤 분들은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있어요.

몇년 전 목숨을 걸고 북한을 빠져 나온 탈북민들은 코로나 19라는 예상치 못한 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중국에서 태국 등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입국해야 했지만 매우 엄격한 코로나 방역 봉쇄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에서 탈북민들이 이동은 물론 집밖을 나서는 것 조차 어려워지면서 2년 이상 은신처에 숨어지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김 목사와 현지 탈북민 구출봉사자 등 갈렙선교회 관계자들은 더욱 신속한 탈북민 구출에 대한 대책 마련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3일 미국 서부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갈렙선교회 미주지부를 방문했습니다.

김 목사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코로나 19 사태 이전에도 신분증이 없는 불법 입국자인 탈북민들의 중국에서 이동이 어려웠지만 현재는 백신 접종 증명서 없이 아무데도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올 들어 또 다시 코로나 19가 빠르게 확산된 중국은 일부 도시를 전면 봉쇄하고, 주민들의 외출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 목사는 탈북 후 감시의 눈을 피해 길게는 2년 반 동안 중국에서 숨어 지내고 있는 탈북민들이 목숨을 포기하고 싶어할 만큼 육체적, 심리적으로 지쳐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또 코로나 19 기간 중 중국 내 주요 기차 및 버스역에 개인 정보가 판별되는 안면 인식기를 설치하면서 탈북민들의 이동이 더욱 제한됐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목사 : 탈북민들을 잡으려고 하는게 아니라 공산주의 정책상 중국 내 기차역, 버스역 이런 데 안면 인식기를 모두 설치한 상황이예요. 신분증 없이 안면인식에 걸리면, 물론 탈북자라고 뜨는 건 아니지만 신분이 뜨지 않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신분이) 노출되는 거죠.

다른 국가 출신 불법 체류자들은 추방되면 본국으로 돌아가면 되지만 탈북민들은 북송이 죽음 등 처벌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대중교통 이용은 엄두도 낼 수 없다는 게 김 목사의 설명입니다.

김 목사는 그러면서 탈북민들이 이동을 위해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탈북민 구출 비용이 예전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목사는 코로나 19로 인한 중국 내 이동제한으로 지난 2년간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민의 대부분은 러시아나 중동 등에서 거주하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실제 한국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연간 평균 1,300명대였던 탈북민 입국자가 지난해 코로나 19 여파 때문에 63명으로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미국에 난민 신분으로 입국하는 탈북민 역시 거의 전무한 상황입니다.

국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2월 이후 22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탈북민 4명이 미국에 난민 지위로 입국한 이후 올해 3월31일까지 단 한명의 탈북민도 입국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