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독자적인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한국 내에서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의 정성윤 연구위원이 30일 ‘윤석열 정부의 북한 비핵화 정책: 도전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보고서.
정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최근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면 독자적인 억제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가 지난 21일 정상회담에서 전략자산을 적시에 전개하고 연합훈련을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이 억제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억제력은 겉으로 드러나 상대방의 눈에 보일 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북핵 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식은 한미 양국의 의지와 능력을 북한에 신뢰성 있게 전달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정 연구위원은 다만 이 같은 정상회담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엄중한 북핵 위협을 고려해 더 강력하고 촘촘한 억제력 확보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한국의 독자적인 대북 억제력 강화와 미국의 추가 확장억제력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선 한정된 자원을 미사일 방어와 공군력 증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예를 들어, 경항공모함 확보에 쓸 돈을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조기 구축과 킬체인 능력 강화에 투입하고,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확보를 확장억제전략협의체와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O)를 통해 협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경항공모함 보유 등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덜 필요하고 덜 시급하기 때문”이라며 “확장억제전략협의체가 다시 가동되더라도 억제력 제공처인 미국의 의지와 이해에 따라서만 협의체가 운용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북핵·미사일 대응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며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킬체인(Kill Chain), 대량응징보복(KMPR) 전력을 갖추는 전력증강 계획인 이른바 ‘3축 체계’를 앞세워 대북 강경 기조를 시사한 바 있습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 (지난달 26일):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한국형 3축 체계 능력을 조속히 완성해 나갈 것이며, 군사적 초격차 기술과 무기 체계 개발을 병행할 계획입니다.
정 연구위원은 현재 한반도 정세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북한의 핵 보유 의지가 강하고, 핵 능력 고도화 달성이 머지않은데다 도발 강도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은 아예 대화의 문을 닫고 등을 돌렸으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중 전략경쟁의 파급효과로 국제협력 추진조차 녹록지 않다”면서 이 같은 어려움이 점차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기회의 문을 서서히 열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새 정부의 첫 번째 책무는 북한의 도발에 철저히 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셈법대로 북핵 정세와 남북관계가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북한에 보여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한반도평화연구원 연구위원인 정경영 박사는 ‘새 정부의 안보 도전과 통일한반도 실현을 위한 한미동맹 역할’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축소돼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을 다시 강화해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전구급 한미연합기동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박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조정된 규모로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 등 부정적인 결과를 냈을 수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한미 간에 진행 중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미군이 한국 군의 작전통제를 받는 지휘구조에 합의한 것이 동맹인 한국 군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군사적 능력과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 적절한 안보 환경 등 관련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