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아라” 북, 다출산여성에 특별보조금
2023.05.29
앵커: 북한이 이달부터 세 명 이상의 자녀를 낳은 다출산 여성에게 특별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보조금 액수가 미미해 여성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세 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한 여성들에게 ‘다자녀세대증’을 발급해주고, 자녀들이 고급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17세)할 때까지 특별보조금을 지불하도록 조치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허울만 좋은 정책이라는 반응입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달부터 다자녀세대증을 가지고 동사무소에 가면 국가에서 지급하는 특별보조금을 받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다자녀세대에 특별보조금을 지급하는 조치는 처음이다”며 “자녀 1인당 특별보조금은 월 1만원($1.2)이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1990년대 식량배급제가 붕괴하면서 200만 명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해 인구가 감소하자 북한 당국은 37년 만에 제2차 어머니대회(1998년)를 개최하고 여성들의 다출산을 장려했습니다. 이어 2005년 제3차 어머니대회를 개최하고 또 다시 다출산을 강조했으나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들은 증가했습니다. 장마당 장사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2012년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은 제4차 어머니대회를 개최하고 열 명의 자식을 낳은 여성을 모성영웅으로 내세우는 한편, 다출산 여성에게 물질적 혜택을 보상한다며 매달 자식 1인당 5천원($0.6)을 국가보조금으로 지급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출산 여성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은 매달 자식 1인당 국가보조금 5천원에 특별보조금 1만원을 더해 1만5천원으로 올랐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누가 쌀 1킬로 가격도 안되는 보조금을 받고 아이를 낳겠냐’며 출산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늘어나자 당국이 이번에는 국가보조금 외 특별보조금을 더 주겠으니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조치한 특별보조금 1만원도 장마당에서 쌀 2킬로도 살 수 없는 가격이어서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읍니다.
현재 평안남도 장마당에서 쌀 1킬로 가격은 5,800원($0.7), 환율은 1달러에 8,200원입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지금은 여성들이 장사라도 하면서 가족의 식량을 해결하고 있어 자식을 많이 낳으면 양육을 하느라 장사를 못해 가족이 굶어 죽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남성들은 국영기업 노력으로 종속시켜 놓고 월급과 배급을 지급하지 않으니 가정주부로 살림살이 하고 있던 여성들이 장마당으로 출근해 장사를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 여성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그는 “당국이 다출산을 장려하려면 세대주로 일하는 남성들을 통해 공급해 왔던 가족의 식량을 정상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며 “이달부터 당국이 다출산여성에게 특별보조금을 준다고 발표했지만 그 가치가 쌀 2킬로 가격에 불과해 주민들의 웃음꺼리로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유엔인구기금(UNFPA)이 지난해 발표한 ‘2022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9명으로 세계 합계출산율인 2.4명에 밑돕니다. 또 북한의 2015~2020년 사이 인구 성장률은 0.5%로 세계 평균(1.1%)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