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반미 시위에 ‘김정은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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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열린 반미시위에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초상화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헤르본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반미 시위.

시위대는 이날 거리로 나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과 연대한다면서 반미 구호를 외친 가운데, 이날 로이터에 공개된 시위 사진에서 뜻밖의 인물 사진이 포착됐습니다.

시위자들과 함께 있던 아이들이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상화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 옆 다른 시위자들은 ‘미국 자본주의는 전쟁에 중독됐다’, ‘미국은 중동에서 나가라’는 영어로 된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독재 정부와 테러리스트들을 지지하는 시위대들은 북한과 러시아를 내세워 서방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니제르에서도 니제르 군부 쿠데타 지지자들이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인공기를 흔들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관계개선을 이뤄내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전례없는 도발을 감행하면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 가까워지면서 ‘반미전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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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오른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 지역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 국장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해당 시위자들이 반미를 내세우기 위해 김정은을 활용한 거라면서도 이 시위자들은 북한에서는 시위를 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루지에로 국장 :이 나라들은 모델로 삼아서는 안 되는 나라들입니다. 이 시위자들은 러시아나 북한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세력들이 있다면 어떻게 끝이 날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들은 (러시아나 북한에서 살고 있다면) 분명히 시위를 마치고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 과정 중인 탈북민 이현승 씨는 이날 RFA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독재자들을 끌어들일수록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현승 씨 :미국에 자기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거잖아요. 푸틴이나 김정은을 미국에 대항하는 지도자들의 모습으로 등장시킨 건데. 푸틴은 전쟁 범죄자가 됐고, 김정은도 인권 유린의 최악의 국가 지도자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여론이 이렇게 안 좋은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주권을 이야기하면서 독재자들을 내세운다면 지지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한편 북한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 사태가 미국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논평에서 무력 충돌 사태는 “전적으로 미국에 의해 빚어진 비극”이라며 “미국의 편견적이며 의도적인 부추김으로 중동지역에서 대규모 살육전이 격화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주장과 달리 이번 충돌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됐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