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논평을 통해 최근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시험발사를 비난했습니다. 이것이 정찰위성 발사 등 추후 도발에 대한 명분 쌓기인지를 놓고 전문가 견해가 엇갈렸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앞서 미국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1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시험발사를 단행했으며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등 한국 대표단은 이를 참관했습니다. 이번 참관은 ‘워싱턴 선언’에 따른 한미 확장억제 강화 차원에서 미국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대표단이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며 역대 2번째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 관영매체는 3일 미국의 미니트맨3 시험발사를 비난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이날 군사논평원 글을 통해 미국의 미니트맨3 시험발사가 실패했다며 “‘핵에는 핵으로’라는 우리의 군사적 대응 입장은 절대 불변하다”고 밝혔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자신들의 핵 개발이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정당한 권리라는 주장을 해왔으며 이번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이 미지수인 상황에서 자신들의 핵 능력이 더 우위에 있다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하기 위해 미국이 실패했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북한의 ICBM 능력은 사실 미지수입니다. 결국 자신들의 핵 능력이 더 우위에 있다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하기 위해서 (미국이) 실패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이날 한국 통일부의 김인애 부대변인은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익명의 논평을 동원해서까지 향후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기 위한 명분쌓기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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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매체의 이날 군사 논평이 향후 있을 도발에 대한 명분쌓기에 목적이 있는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소 엇갈렸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자신들의 시간표, 전략적 시점에 맞춰 도발을 할 뿐 굳이 도발에 필요한 명분을 찾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인민경제 발전 12개 중요고지 중 첫 번째인) 알곡 생산에 주력하고, 러시아와 금지된 무기거래를 하는 상황에서 도발할 경우 시선이 쏠릴 것을 피하고자 현재 도발을 유보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선택한 시점이 오면 도발을 할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반면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북한의 정찰위성 3차 발사가 임박해 이에 대한 명분을 쌓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남 원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이전 두 번의 발사는 실패했다고 조롱을 받았는데 3차 정찰위성 발사를 앞두고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미리 펼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고 “미국이 (위성발사 성공을) 알아주는 것이 북한으로서는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노이즈 마케팅으로 대외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국정원은 1일 국회 정보위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위한 막바지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한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의 말입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정찰위성 3차 발사가 임박했나 보죠. 성공했다고 미국 사회가 알아주는 것이 북한이 원하는 거니까, 자꾸 이걸로 노이즈마케팅 하는 것이 지금 북한으로서는 제일 중요하니까 오늘 또 그런 멘트를 보낸 것 같습니다.
미국이 최대 400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은 최대 450킬로톤의 핵탄두 3발을 장착할 수 있으며 캘리포니아에서 평양까지 30분 내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러시아의 최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와 관련해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하며 비준 철회를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했고 이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도 성명을 통해 “조약의 발효가 아닌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중대 행보”라며 즉각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도 이와 같은 러시아의 움직임이 북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분간 러시아는 북한 입장을 두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러시아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비준 철회가 “핵실험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인 행보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좀더 엄포 놓는 차원이라고 봐야 되고 이러한 러시아의 입장이 북한에 대해서는 핵실험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를 좀더 부추기는 작용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평양에서 자주권을 위한 북한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한다는 의미와 다름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비준 철회를 포함한 러시아의 최근 핵 관련 행보가 “북한의 핵무장을 간접적으로 인정ㆍ지원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으며 북한에게는 일종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남성욱 원장은 “북한으로서는 러시아가 핵개발에 나서 NPT 체제를 무력화하는 것이 아닌지 등 여러 기대를 품으며 굉장히 고무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은 어떠한 경우에도 핵무기 관련 실험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으로 1996년 9월 24일 유엔 총회에서 승인됐지만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개발 가능성이 있는 8개국(미국, 중국, 이스라엘. 이집트, 이란, 인도, 파키스탄, 북한)이 비준하지 않아 아직 발효되지는 못한 상태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