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말레이와 단교로 대미 강경입장 표출”

서울-이정은 leeje@rfa.org
2021-03-19
Share
“북, 말레이와 단교로 대미 강경입장 표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의 북한 대사관.
AP

앵커: 북한이 말레이시아에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한 것은 미국을 향한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불법 자금세탁 혐의를 받는 북한 주민을 미국에 인도한 말레이시아에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한 북한.

지난 2017년 김정남 암살 사건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십년간 말레이시아와 외교관계를 유지해온 북한이 전면적으로 단교를 선언한 배경이 주목됩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미국을 향한 메세지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지난 2017 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당한 이후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 관계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은 말레이시아를 동남아시아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손해를 감수하며 단교를 선언한 데에는 미국이 북한 주민을 인도받아 대북 압박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미북 협상을 염두에 둬야하기 때문에 당장 직접적인 미국에 대한 공세를 펼치기는 어렵고 말레이시아에게 단교를 선언함으로써 강경한 자신의 메시지를 미국에게 전달하는 차원이 일단 굉장히 강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향후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거나 강경한 요구를 제시할 명분으로 이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당국이 이번 사건을 미국 중심의 체제 위협 행위로 받아들이며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사를 표출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미북 간 강대강 대응을 촉발할지 초기의 강경 대응이 진정되는 추세로 갈지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19일 관영매체를 통해 낸 성명에서 말레이시아 당국이 17일 북한 국적 사업가 문철명 씨를 불법 자금세탁 관여 혐의로 미국에 인도한 것에 반발하며 말레이시아와의 단교를 선언하고 미국도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미국 연방수사국(FBI)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문 씨가 술과 사치품 등을 북한에 반입하고 돈세탁을 했다며 6개 혐의로 문 씨를 기소했고 지난 2019 5월 말레이시아에 신병 인도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지난 1973년 외교관계를 수립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7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암살당한 뒤 양국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당시 두 나라는 상대국 대사를 맞추방했고 북한은 자국 내 말레이시아 국적자들의 출국을 임시 금지하며 이들을 인질로 삼기도 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자국민을 전원 송환하는 조건으로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넘기고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양국은 대사를 다시 보내지 않은 상태입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번달 기준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는 공석이며 대리대사와 6명의 직원들이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소속으로 등록돼있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