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8-19일 방북을 계기로 열리는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에서 북러 상호 자동 군사개입 합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로서는 이 같은 합의를 채택할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방송사인 YTN은 지난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유사시 상호 자동 군사개입 수준에 근접한 조약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1961년 ‘조소동맹’에 근접한 수준으로 갈 가능성까지 고려해서 살피고 있다”며 “이 같은 가능성을 바탕으로 러시아 측에 경고성 소통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961년 7월 러시아가 구 소련 시절 당시 양측이 맺은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는 유사시 군사적으로 자동 개입하는 것과 관련한 조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조약은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가 들어서면서 폐기된 바 있습니다.
이후 북러는 지난 2000년 7월 열린 정상회담에서 ‘조로공동선언’을 채택해 양국의 우호관계를 새롭게 다졌지만 자동 군사개입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양측이 자동 군사개입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통화에서 “러시아는 자동 군사개입을 전제로 한 군사동맹을 체결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러시아 측의 기조, 공개 석상에서의 발언 등을 종합했을 때 이 같은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며 러시아가 대외적 역량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조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양측이) 군사동맹을 체결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군사협력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과 긴밀해지면서 기본적으로 비밀주의와 회색지대의 원칙 하에서 군사협력을 해왔습니다. 그러한 협력 방식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러시아의 전략적 목적에도 맞습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김성배 수석연구위원·김종원 부연구위원·장세호 연구위원)도 최근 내놓은 ‘푸틴 방북의 의미 및 전략적 고려사항’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상호방위조약 체결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국가는 사실상 아르메니아가 유일하다고 언급하며 북러 사이의 조약 체결은 국제 정세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그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북러 간 상호방위조약 체결 가능성은 현실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할지 여부도 주목됩니다.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17일 미국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진보된 첨단 군사기술을 북한에 이전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첨단 기술 이전을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지렛대로 남겨 놓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현승수 선임연구위원도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협력 강화에 신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는 핵,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핵추진 잠수함 기술 제공 등에 대해 상당히 신중할 것”이라며 “다만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 수준의 경제협력과 지원은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의 초청으로 18, 19일 1박2일 일정으로 평양을 국빈방문한다고 17일 동시에 발표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경우 9차례에 걸쳐 러시아 정상과 회담을 가졌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모두 4차례에 걸쳐 러시아 정상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이번에 푸틴 대통령을 만나면 세번째 만남입니다.
북러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2019년 들어 고위급 교류가 18회로 크게 늘어났다가 코로나로 2020~2022년까지 교류가 일시적으로 잦아들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양측은 또다시 접촉면을 늘리면서 올해 현재까지만 고위급 접촉이 18회를 기록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