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개혁하나?” 북 주민, 기관장 재정간부 긴급 회의에 한때 혼란
2023.10.06
앵커: 북한에서 최근 기관장, 재정간부 회의가 소집돼 한때 일부 주민들이 대혼란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갑작스러운 화폐개혁이 단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5일, (오전) 10시부터 중앙에서 조직하는 중대 회의가 있으니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이상 간부들, 각급 기관장, 재정책임자들은 빠짐없이 참가하여야 한다.”
북한 당국이 3일 아침, 각 지방 당국에 내린 지시 내용입니다.
이 지시에 따라 주변 협동농장의 가을걷이에 동원되었던 인원들도 긴급 소환됐습니다. 그런데 농촌 지원에 동원되었던 기관장, 재정책임자들까지 모두 소환해 중요 회의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북한의 일부 지역에선 한바탕 대소동을 겪었습니다.
자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저녁 “밤 9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장마당 주변에 숱한 사람들이 모여 흩어지지 않고 있다”며 “장마당은 이미 문을 닫았고, 장사꾼들도 없는데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기관장, 재정책임자들이 참가하는 중대 회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폐 교환(개혁)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장마당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며 “혹시나 모를 화폐 교환에 대비하기 위해 사람들이 장마당으로 모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1992년과 2009년, 기습적인 방법으로 화폐개혁을 실시해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던 화폐를 전부 빈 종잇장으로 만들어 버린 사례가 있습니다. 또 기존의 1천원권과 2천원권, 5천원권을 새 화폐로 교환하는 과정에서도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소식통은 “화폐 교환(개혁)에 대비하는 방법은 내화(북한 돈)를 외화로 바꾸거나 어느 때든 화폐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며 “장마당에 모인 사람들은 내화를 외화로 바꾸거나 상품을 쌓아 두려는 사람들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5일 “오늘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요 행정 간부들, 기관장, 재정책임자, 협동농장 관리일꾼들이 참가한 가운데 각 시, 군 회의실, 문화회관에서 내각 화상회의가 열렸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화상회의는 9월 말에 있었던 최고인민회의에서 의결된 법령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대책을 논하는 회의였다”며 “회의에서 인민경제계획 완수를 위한 내용과 산림녹화, 재정부문 현대화를 다그치기 위한 내용들이 거론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번 회의가 매우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듯이 알려져 회의가 진행되는 시간에도 주민들 속에서 혼란이 계속 되었다”며 “회의에서 화폐 교환과 관련된 내용이 토의될 것이라는 추측이 주민들 속에서 난무했지만 결국 그런 내용은 토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과거에도 화폐 교환을 앞두고 기관장, 재정책임자 회의가 있었다”면서 “올해 장마당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으면서 화폐 교환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꾸준히 나돌았던 것도 이번 회의를 앞두고 혼란을 초래한 요인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