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위축’ 북, 몽골 등 우방과 관계강화 나서
2024.03.12
앵커: 몽골을 방문 중인 북한 외무성 대표단이 몽골 대통령과 외교부 장·차관을 만나 회담을 가졌습니다. 북한이 특별히 몽골과의 관계를 다시 강화하려는 이유는 뭘까요?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지난 10일부터 몽골을 방문중인 북한 외무부 대표단.
12일 조선중앙통신은 대표단이 전날 몽골 대통령과 외교부 장·차관을 만나 ‘친선적이며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북한과 몽골이 수교를 맺은지 75주년을 기념하면서 양국 간 축전을 교환하기도 하는 등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왔지만 팬데믹 이후 북한 외무성 대표단이 직접적으로 몽골을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교육, 문화, 스포츠, 농업, 보건, 인도주의 분야에서 협력을 재개하고 모든 분야의 상호 방문을 늘리는 계획을 논의했습니다.
몽골 외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과의 건설적인 협력을 통해 양국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일 RFA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러시아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몽골과 접촉을 늘리고 있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에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는 과정에서 대미 전선, 미국과 대항하는 어떤 전선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과거부터 전통적 우위를 갖고 있는 국가들과 연대 전선을 최대한 넓혀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져요.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그 다음에 전통적으로 과거 우방이었던 몽골까지 포함해서 외교 관계를 좀 더 강화하는 움직임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오랜 외교 관계를 수립했던 쿠바가 최근 한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외교적으로 위축된 북한이 또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쿠바와 같이 기존의 외교 관계를 수립했던 국가가 한국과도 외교 관계를 맺는 부분들이 생기게 됨에 따라 북한이 더 외교적으로 약간 위축돼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 전통적인 우방국가들을 중심으로 최대한 관계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쿠바의 소식을 자주 실었던 노동신문에 한동안 쿠바를 언급하지 않는 등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이날 RFA에 “몽골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 몽골에 있는 탈북 경로를 막는 것을 원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특별히 몽골과 외교 관계를 강화하기를 원하는 것을 볼 때 “몽골이 처리하기를 바라는 일종의 요구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몽골은 전통적으로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이 실제로 남한으로 갈 수 있었던 경로 중 하나였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몽골을 설득하여 사람들이 그런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이 몽골이 처리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일종의 요구 사항이 있을 것입니다.
이어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몽골과의 외교관계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쿠바와의 관계에 대한 거리감을 내비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쿠바와 한국과의 수교는 북한의 주요 국제 관계 실패 사례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의심 할 여지없이 그것을 만회하고 우리는 더 이상 쿠바와의 관계는 없지만 몽골과는 관계가 있다고 말하고 싶어합니다.
지난해부터 잇따라 재외공관을 철수하면서 외교력이 급락한 북한에 몽골이 더욱 돈독한 우방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