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 ‘러 파병’ 군 결집 계기 삼으려는 듯”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4.11.27
통일부 “북, ‘러 파병’ 군 결집 계기 삼으려는 듯” 지난 14-15일 평양에서 진행된 북한 제4차 조선인민군 대대장, 대대정치지도원 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앵커: 북한 당국이 러시아 파병을 군 내부의 충성심을 끌어 올리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한국 통일부의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북중 사이에는 이전과 달리 다소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4일부터 이틀 동안 평양에서 조선인민군 제4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를 개최한 북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이 자리에서 핵무력을 한계 없이 강화하고 전쟁준비 완성에 총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번 행사의 주요 소집 대상인 북한 군 대대장은 보통 한국 군 소령에서 중령 정도에 해당하는 계급이고, 대대정치지도원은 대대 군인들의 사상교육을 책임지는 정치장교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27그야말로 북한 군 허리에 해당하는 중간 계층을 모두 불러서 최고지도자가 직접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러시아 파병 상황을 군 내 충성심을 결집할 중요한 계기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상 국가의 경우 최고위급에서 논의된 방침이 위로부터 군 지휘계통을 따라 순차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김 총비서가 행사 연설에서 대우크라이나 전쟁 정당성을 강조한 부분을 언급하며 파병 소식이 북한 군과 사회에 알려지는 상황에서 군심을 다잡기 위해 10년 만에 이런 행사를 연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세 차례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 대회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직후인 1953년과 지난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직전, 그리고 장성택 숙청 등 공포정치가 이뤄지던 지난 2014년 등 중요한 정치적 계기에 개최된 바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러시아 파병 소식을 북한 내부에 알리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향후 어떻게든 명분을 마련해 이 상황을 합리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과거 베트남(윁남)전과 중동전쟁 당시에도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고, 한국전쟁 남침이나 연평도 포격전과 천안함 피격에도 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명백히 국제법을 어기는 상황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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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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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협력과는 달리, 북한과 중국 간에는 다소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수교 75주년인 올해를 이른바 조중우호의 해로 선포했지만 러시아 관광객이 북한을 찾는 가운데서도 중국 관광객의 방북은 아직 이뤄지지 않는 등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뒤 국경을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있지만 북중 교역량이 사태 이전의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통일부가 26일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밀가루, 정제유 등 식량 에너지 수입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교역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것과 대조되는 것입니다.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동향과 관련해선 올해 안에 추가 발사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당국자는 “위성을 발사하려면 시험장, 발사장에서 발사 3일 내지 5일 전부터는 조립 등 여러가지 동향이 보여야 하는데 아직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은 없다며 연내 추가 발사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 군이 위성 발사에 성공하더라도 이를 통해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의 말입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지난달 22)] 군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위한 동향을 추적·감시하고 있고요. 지금 딱히 설명드릴 사항은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 기존의 북한 정찰위성 실력들을 보았을 때 그다지 유효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육로 폭파에 이어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탑 철거에 착수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송전선을 자르는 모습을 포착했다며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송전탑 철거가 북한이 이른바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뒤 육로 폭파와 제방 및 참호 건설 등 남북 간 물리적 연결을 차단하려는 활동을 단행하는 연장선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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