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9·19 합의 파기’ 인지전 펼것...내년 총선 영향 의도”

0:00 / 0:00

앵커 :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북한이 그 책임을 한국 측에 떠넘기는 이른바 '인지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내년 치러질 한국 국회의원 총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간연구기관 세종연구소가 27일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 조치와 북한의 파기 선언’을 주제로 개최한 특별 정책 토론회.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내년 4월 실시될 예정인 한국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 및 파기 상황을 활용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합의 파기 책임이 한국 측에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무력 도발 수위를 점차 높여가며 한국 정부의 군사합의 일부 무효화에 대한 한국 내 비난 여론을 유도하는 등 이른바 ‘인지전’(cognitive warfare)을 펼칠 것이란 설명입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결국 '이렇게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 것은 한국에 손해다'라는 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공격 강도를 높이고 한국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최종적인 목표는 내년 총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이 한국 측의 합의 일부 무효화에 즉각적인 파기 선언으로 맞선 것은 처음부터 합의 자체를 중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합의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자신들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판단하고,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전격적으로 합의 파기를 선언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한국 정부에는 합의 파기 배경에 북한의 상습적인 위반 행위가 있었고, 그 때문에 규정이 실질적으로 무효화 된 상태였다는 점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려 정치적 책임을 짊어지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북한이 합의 파기와 관련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전술핵무기 배치 등 극단적인 군사 위협뿐 아니라 실질적인 무력도발을 동시에 감행할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방위 태세는 물론 전 정부적 차원에서 민관군의 모든 역량을 모으는 ‘통합 억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같은 토론회에서 북한이 군사합의 파기를 계기로 한국 국민들의 불안함을 자극하는 수법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북한이 한국 내 여론을 움직여서 '전 정부에선 나라가 평안했는데 새 정부에선 남북이 곧 충돌할 것 같아서 불안하다'는 정서를 불러 일으키는 도발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천 전 수석은 이 같은 도발이 이뤄지면 오히려 이를 대북 억지력 강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남북 군사합의 효력 일부를 정지한 것에 대해 ‘만시지탄’, 즉 때를 놓치고 늦은 한탄을 하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합의 일부 무효화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합의 전면 폐기 조치에 나섰어야 마땅한데, 너무 조심스럽고 소극적으로 취한 조치”였다면서, 다만 “그나마 북한이 제공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은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9·19 군사합의와 관련해선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조속히 이행한다는 기대로 가능했던 것”이라며 “모든 군사합의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인데, 북한이 최선의 선의를 보일 것이란 가정 자체가 무책임한 것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군사합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수단은 ‘검증’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제대로 된 남북 군사합의를 하려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것이 아니라 서로 정찰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