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선군절 맞아 주민들에 ‘원군기풍’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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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김정일 시대 통치방식인 선군정치를 기념하는 선군절(8.25)을 계기로 군을 돕자는 '원군기풍'을 세울 것을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당국의 원군 호소를 '깨진 독에 물붓기'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매년 8월 25일은 북한의 선군절입니다. 선군절은 1960년 8월 2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함께 6.25 한국전 남침의 앞장에서 진격로를 열었던 ‘근위 류경수 105 땅크사단’을 현지지도한 날을 기념하면서 정해졌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4일 “요즘 도내의 공장 기업소,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군절 선전학습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은 당의 선전선동에 등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도당 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청진시의 모든 단위들에서 선군절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선군절을 맞아 ‘자식들을 조국보위초소(군대)에 적극 내세우고 원군의 기풍을 발휘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하달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내일(25일) 선군절을 맞아 동상에 헌화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이달은 8.15 항일혁명승리 기념일과 8.25 선군절이 겹친 특별한 달이어서 전당, 전군, 전민에 선군을 강조하고 조국보위를 위한 원군기풍을 더욱 발휘할 것을 선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당국의 원군선전을 귓등으로도 새겨 듣지 않는 실정”이라면서 “당에서 자식들을 조국보위초소에 적극 내세우라고 선전해도 대부분의 당 일꾼과 간부들은 자기 자녀의 군대 복무를 노골적으로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간부 자녀들이 국가대상건설의 주요부대인 공병부대에서 복무하는 예는 거의 없다”면서 “주로 길에서 군인들을 단속하는 경무부(헌병)나 해안경비대, 국경경비대 등을 선호하는 것이 (간부 자녀들의) 통상적인 관례가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보호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요즘 당에서 원군기풍을 높이 발휘할 데 대하여 강조하고 있다”면서 “군대 원호사업은 곧 조국보위의 성스러운 사업이라는 선전을 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또 “지난주부터 선군절 맞이 준비가 공장 기업소, 단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여성들은 원군기풍을 발휘하여 나가자!’는 선전에 대해 무엇을 더 바치란 말이냐며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선군절을 계기로 ‘원군기풍을 발휘해 나갈 데 대한 당의 방침이 하달되어도 주민들은 ’원군은 깨진 독에 물 붓기(북한에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표현보다 '깨진 독에 물 붓기' 표현이 더 자주 쓰이는 편으로 알려졌습니다)‘라고 주장한다”면서 “돼지고기, 토끼가죽, 군대장갑, 군대 내의, 심지어 총 끈까지 바쳐도 원군은 끝이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국보위라는 명목으로 원군을 호소하는 당국의 처사에 ‘원군을 호소할 게 아니라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가는 핵개발을 멈춰야 한다”면서 “핵개발로 다 굶어죽고 난 뒤에 조국보위가 무슨 소용이냐며 당국의 원군 호소에 반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25일 선군절을 맞아 김정일 덕분에 북한이 핵보유국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방공업 발전에 큰 노고와 심혈을 기울였다"며 "선군 장정의 길 위에서 공화국이 핵보유국으로 솟구치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