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국 계엄사태’ 주민 선전에 활용할 것”

서울-한도형 hando@rfa.org
2024.12.04
“북, ‘한국 계엄사태’ 주민 선전에 활용할 것”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가 해제된 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평소처럼 적막하다.
/연합뉴스

앵커: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북한이 윤석열 한국 정부의 문제점을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하는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3일 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전격 선포했지만 계엄 선포 약 150분 만인 4일 새벽 한국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계엄 해제 요구를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했는데, 의결정족수를 넘은 190명 의원이 계엄 해제 요구안 통과에 전원 찬성한 것입니다.

 

계엄령 선포에 대한 후폭풍으로 윤석열 정부의 지지도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 나아가 윤 대통령이 당초 2027 5월까지였던 임기를 다 못 채우고 중도 퇴진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이같은 상황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윤석열 탄핵 시위에 대해 보도해왔듯,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다루며 북한 주민들에게 윤석열 한국 정부의 문제점을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홍 선임연구위원은 대통령의 명령에 제동을 걸고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모습 등은 북한 당국으로서는 원하지 않는 정치적인 암시를 자칫 북한 주민들에게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 매체가 선별적으로 보도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굉장히 선별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자신들의 체제에 대해서 그렇게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지는 막기 위해 선별적으로 가릴 것 가리고 한국 체제의 문제, 윤석열 정부의 문제점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알릴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겠죠.

 

앞서 2017 3월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도 탄핵 정국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과 관련해, 단순 반대 시위에 대한 수준을 넘어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과정까지 보도하는 것은 북한 당국으로서도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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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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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혼란을 틈타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한국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홍 선임연구위원은북한은 한국의 정치적 변동 시기에는 오히려 도발을 감행하지 않는 특징을 보였다며 당분간 북한이 도발 없이 한국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로 인해 윤석열 정부의 정치력에 크게 손상이 가해진 만큼 한미동맹, 한미일 안보협력이 추가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이번 사태가 한국 정권 교체로 이어질 경우에는, 특히 한미일 협력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사태로 북한 인권 활동의 추진력이 일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사단법인 ‘북한 인권의 김태훈 이사장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 인권 활동이 활발해졌는데 뜻하지 않은 정치적 상황이 발생했다며 북한 인권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정부의 첫 번째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 발간하고, 지난 5월에는 7 14일을 국가기념일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지정하는 등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높은 의지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북한 인권 단체 및 시민사회를 향해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북한 인권 활동을 이어나갈 것을 당부했습니다.

 

[김태훈북한 인권이사장] 모처럼 이제 희망을 찾았는데 이렇게 뜻하지 않은 정치적인 상황을 맞게 돼서 상당히 우려가 되는데요. 북한 인권 문제는 인류 보편의 문제인 만큼 일관성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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