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직 관리들 “백악관, 북 위협감소 차원 비핵화 ‘중간조치’ 제안”
2024.03.04
앵커: 백악관 당국자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중간 조치’에 대해 미 전직 관리들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면서 자신들의 핵능력에 대한 제한을 원하지 않는 북한은 관심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4일 한국 중앙일보-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대담회에 참석한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
그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북한 핵군축론에 대한 의견'을 묻자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면서도 "이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중간 조치(interim steps)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간 조치’는 보통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북한의 핵 동결 혹은 감축에 상응해 대북 제재 완화 등 대가를 제공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번에 바이든 정부 출범 후 고위 당국자가 이에 대한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북핵 6자회담 특사를 역임한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분석관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랩-후퍼 보좌관이 말한 ‘중간 조치’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일러 전 특사: 이건 새로운 내용이 아닙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협정의 경우,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전에 북한이 먼저 핵프로그램을 멈추고 8천개의 연료봉을 봉인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를 사찰하게 하면 중유와 경수로를 얻고 외교관계 정상화가 될 것이라고 합의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이처럼 북한이 핵능력을 완전히 폐기하기 전에 핵위협을 줄이는 조치를 하면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한다는 것은 그동안 ‘행동 대 행동’, ‘단계별 비핵화’ 등의 이름으로 거론돼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 제안에 관심이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일러 전 특사: 부시 행정부 당시 한 고위관리가 이런 농담을 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거절할 가장 좋은 선물보따리를 내놓는다고. 북한이 원하는 것은 경제지원도, 외교관계 정상화도, 안전보장이 아니라 핵무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금도 북한은 자신들의 핵능력을 제한하는 일체의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도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랩-후퍼 보좌관이 말한 ‘중간 조치’는 미국의 오랜 북핵 정책이라면서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고 앞으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왜냐하면 북한은 현재로선 자신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중간 조치들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데도 바이든 행정부가 ‘중간 조치’를 밝힌 이유에 대해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 대표는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최근 북한의 위협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고,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탄도미사일을 제공하는 등의 지경까지 이르자 위협 감소 조치 차원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대표는 또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데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에 대한 대응 차원일 수 있다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북한과의 관여를 재개할 것이라는 추측에 대한 대응(juxtaposed)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랩슨 전 대사 대리는 최근 북한과 일본 관계가 개선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미국도 북한과 관여의 기회를 모색해 보고 또 위험 감소와 안정에 대한 백악관 메시지가 주로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한국 윤석열 정권에게도 전달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4일 랩-후퍼 보좌관의 ‘중간조치’ 발언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의 논평 요청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목적을 향해 가면서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군사충돌 발생 위험 감소를 포함한 북한과 의미있는 논의들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험을 관리하고 항구적 평화를 만드는 방법들을 찾는 본질적 논의의 자리로 돌아오길 촉구한다며 사전조건없이 북한과 대화하는데 열려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