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DB “북 주민 건강 실태, 유엔 조사결과보다 더 열악”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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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북도 사리원에 문을 연 간염 진료소 의료진과 봉사자들.
황해북도 사리원에 문을 연 간염 진료소 의료진과 봉사자들.
/CFK 제공

앵커: 북한 주민들의 건강 실태를 비롯한 북한 내 보건의료환경이 실제로는 유엔기구의 공식 발표보다 더욱 열악하다는 조사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NKDB, 즉 북한인권정보센터가 23일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북한 내 보건의료환경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503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설문조사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탈북 전 북한에서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보건의료분야에서 일했던 탈북자 9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내용도 조사 결과에 반영했습니다.

조사 결과 북한 주민들의 건강 실태는 유엔 기구가 공식 발표한 내용보다 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르면 출산 경험이 있는 탈북 여성들이 낳았던 신생아 548명 가운데 의료지원을 받고 태어난 아이는 65%인 358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유엔기구인 SDG, 즉 지속가능개발목표가 공개한 북한 내에서 의료진 등 숙련된 보건의료인력 참여 하에 이뤄진 출산 비율이 전체 출산 건수의 100% 가깝다는 발표 내용과는 확연히 다른 겁니다.

이 유엔기구 발표에 따르면 인구 1만명 당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 수는 오히려 북한이 한국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되는 등 북한에 무상의료체계가 잘 갖춰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것 역시 현실과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NKDB 측은 1990년대에 북한 내 의료체계가 붕괴하면서 대부분의 병원이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고 진료에 사용되는 의료기기나 용품, 주사기 등도 주민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출산을 전후해 병원으로 이동할 때도 구급차량이 아닌 도보나 손수레를 이용했다는 탈북자들의 응답도 다수 나왔습니다.

가정에서 출산이 이뤄지는 경우 위생문제로 태아가 사망하더라도 관련 통계에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탈북자 의견도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기형아를 출산하거나 가정 형편상 육아를 할 능력이 안 되는 경우 일부러 예방접종 등 필수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아이가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유엔기구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북한의 신생아 10만 명당 산모사망률인 ‘모성사망률’은 지난 2000년 130명 가까이 치솟았지만 이후 점점 낮아져 2017년에는 40% 가까이 감소했고 디프테리아와 파상풍, 백일해 등을 막아주는 예방접종이 3회 모두 이뤄졌는지 여부도 2017년 들어서는 한국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마저도 실제로는 북한 내 현실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 NKDB의 분석입니다.

NKDB측은 이처럼 유엔기구의 공식 발표와 탈북자 조사 결과 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공식 통계가 평양 등을 중심으로 조사된 반면 이번 조사는 대상자 85%가 탈북민이 많이 거주했던 함경도와 양강도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접경지역 출신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전염병과 관련해서는 설문 대상자 가운데 15%가 북한에 거주할 당시 결핵과 말라리아 등 열대 풍토성 질환을 앓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고 특히 결핵의 경우 환자 수 증가와 의료진, 의약품 부족으로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치료 중 스스로 약을 끊어 내성이 생기는 이른바 ‘약재내성’ 사례도 급증해 재발시 훨씬 큰 비용이 들거나 긴 치료기간이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구금시설인 북한 내 교화소에서는 결핵 환자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감염 등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순희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위원: 기존에 치료하던 환자의 상태가 조금 나아지면 내보내고 더 심한 사람을 데려와서 치료를 합니다. 결핵은 결국 방치되고 완벽한 치료는 누구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NKDB는 또 2012년 이후 탈북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0명 가운데 2명만이 피임과 낙태에 대한 교육을 받았으며 한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들이 병원 진료를 받거나 입원하는 경우 가장 많이 찾는 진료과도 산부인과라고 밝혔습니다.

NKDB는 북한이 올해 말 벌일 예정인 인구조사에 국제사회의 도움을 거절한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 주민의 건강권과 관련한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의약품 등 물품 지원을 계기로 보건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한 많은 북한 주민과 접촉해야 한다면서 특히 교화소 등 환경이 더 열악한 곳에도 직접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사결과 발표회에 참석한 시나 폴슨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도 북한 주민의 건강권 확보는 단순히 인권운동가의 영역에 한정된 목표가 아니라며 정부와 언론, 시민사회 등 국제사회의 모든 관계자들이 협력해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폴슨 소장은 특히 장애인과 아동, 여성, 그리고 교화소 수감자 등 취약 계층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시나 폴슨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어떤 이들은 스스로 위생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거나 돈을 내고 사적인 보건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지만, 그런 조치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북한 내 취약 계층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어 많은 북한 주민이 교화소 등 구금시설에 수감되는 현실을 고려해 시설 내에서 결핵 등 감염병을 막기 위한 조치 등 국제인권법 위반 사례를 근절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에서 한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탈북자 김지은 씨도 생명이 없으면 인권을 누릴 수 없는 만큼 건강권과 인권은 서로 떼놓을 수 없는 관계임을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의 열악한 의료상황은 북한 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지은 한의사: 질병이라는 것은 현재는 북한사회의 문제지만 결코 북한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세계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참석자들은 북한에 대한 단순한 인도적 지원보다는 북한의 자체 보건의료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줘 이를 스스로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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