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평안도에서 야밤 불시에 한국 영화 등 이른바'반동사상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주민들의 노트텔 검열에 나섰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는 외국 도서와 한국영화 시청 등을 전문 단속하고 통제하고 있는 ‘109 그루빠’가 오래 전부터 운영되어 왔습니다.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이 합동으로 운영하는‘109 그루빠’가 최근 또 다시 주민들이 사용하는 노트텔 검열에 나섰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주 덕천시에서 109 그루빠가 야밤에 개인 집에 들어와 노트텔을 검열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대부분 노트텔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액정 티비보다 가격이 싸면서도 12볼트 전압으로 노트텔 사용이 가능하므로 USB 메모리로 영화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주민세대 대상으로 강제 진행된 노트텔 검열에는 109그루빠 성원과 IT기술자, 인민반장이 동행했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노트텔 검열은 109그루빠 성원 앞에서 IT기술자가 노트텔 통로(채널)가 고정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109그루빠 성원에 보고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 “이틀 간 진행된 노트텔 검열에서 걸려든 주민은 다행히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도 “그제(10일) 신의주에서도 109그루빠가 불시에 주민들의 살림집 마다 돌아다니며 노트텔 통로를 검열했다”고 전했습니다.
올 들어 북한은 주민세대 대상으로 TV채널 검열을 두 차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륙지역에서도 안테나를 돌리면 한국 TV 공영 채널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TV채널 검열에 이어 이번에는 노트텔 검열에 나섰다”면서 “노트텔 통로를 돌려 한국영화를 시청했는지 검열하는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이어 그는 “노트텔 뒤 뚜껑을 따면 주파수를 맞추는 작은 기기가 있는데, 그것을 돌려 주파수를 맞추면 중국에서 방영하는 한국영화가 잘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개인이 장마당에서 노트텔을 구입하면 반드시 보위부가 해외 방송과 영상을 못보도록 통로를 고정해준다”며 “하지만 웬만한 사람은 뒤 뚜껑을 따고 고정된 통로를 풀어 밤이면 몰래 노트텔을 이용해 해외방송과 중국에서 방영하는 한국영화를 시청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노트텔은 대부분 중국산이며, 손전지만 있어도 3시간 정도 영상 시청이 가능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2020년 12월 북한이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17조에는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은 TV, 라디오 통로를 고정하지 않거나 고정해 놓은 것을 해제하여 불순 출판 선전물을 시청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유포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어 제28조에서는 “적대국 영화나 녹화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 같은 것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보관한 자, 또는 적대국 노래, 그림, 사진, 도안 같은 것을 유입,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하며,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 소식통들은 “당국이 (한국) 괴뢰영화를 시청하거나 말투를 사용하면 무기징역이나 사형까지 처한다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지만 세상을 알고 싶은 주민들의 눈과 귀를 완전히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