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연 발언은 협상 중 핵 포기 없다는 뜻”

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2009.09.29
MC: 북한 박길연 외무성 부상의 핵 관련 강경 발언에 대해 미국 사회과학원(SSRC)의 한반도 전문가인 리언 시걸(Leon Sigal) 박사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을 하는 동안에는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박길연 외무성 부상은 28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은 “대화에는 대화로 제재에는 핵 억제력으로 대처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제재를 앞세우고 대화를 하겠다면 북한도 핵 억제력의 강화를 앞세우고 대화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부상은 또 “미국이 핵 정책을 변경시키지 않고 있는 단계에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려면 북한이 핵을 보유해 지역의 핵 균형을 보장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반도의 비핵화는 미국의 대한반도 핵 정책이 변하는가, 변하지 않는가에 달려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부상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북한 측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뉴욕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박사는 북한이 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하면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Sigal: 대다수 사람들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길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도 그런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과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일은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시걸 박사는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북한에 핵무기부터 포기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면서 북한은 협상을 통해 우선 대미 관계를 개선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시걸 박사는 북한의 핵무기 문제가 협상 의제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협상 과정이 필요하며 협상에 많은 진전이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시걸 박사는 만일 북한이 협상 기간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도발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commitment)한다면 미국은 우선 대북제재의 일부를 해제하면서 본격적인 미북 간 협상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시걸 박사는 북한이 10월 초 북한을 방문할 예정인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에게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힐 수는 있지만 미국 뿐 아니라 한국, 일본과 여러 차례 양자대화를 통해 각 나라의 진정한 의도를 살핀 후에나 가능하다는 조건을 붙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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