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 ①탈북화가 선무 “그림으로 북한 현실 고발”

손뼉을 치며 웃고 있는 김일성. 인공기 앞에서 행복하게 노래하는 학생들. 장군님에게서 받은 선물을 들고 좋아하는 어린이. 모두 탈북화가 선무 씨가 그린 작품의 주인공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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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화가 선무 씨가 그린 ‘조선의 태양’(사진 위)과 김일성화. (RFA PHOTO-이수경)

말로만 들으면 마치 북한의 선전화를 그린 것 같지만 그림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북한 체제의 모순과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서울통신, 이 시간에는 그림으로 통해 북한의 현실을 풍자하는 탈북 화가 선무 씨를 만나보겠습니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있는 선무 씨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채 마르지 않은 유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작업실 벽에 가득 전시된 선무 씨의 작품들은 대부분 북한과 관련된 그림입니다.

그중에서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김정일을 소재로 한 그림이 눈에 띄었습니다. 몸이 아파 누워있는 김정일에게 무릎을 꿇고 정성스럽게 콜라를 바치는 어린이의 웃는 얼굴에는 간절함과 슬픔이 배어 있습니다.

선무 :

김정일이 아파서 링거를 맞는 그림입니다.

기자 :

아픈 사람이 선글라스는 왜 끼고 있나요?

선무 :

자기는 북한에서 신이기 때문에 늘 감추는 것이죠. 김정일은 북한 주체사상의 링거를 맞는 것입니다. 코카콜라는 자본주의 의미도 있지만 물질, 즉 먹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목이 ‘약 드세요’ 인데요, 즉 백성을 먹이라는 의미의 그림입니다.

‘조선의 태양’이라는 제목의 김일성 초상화도 눈에 띄었습니다. 선무 씨는 남한에 오지 않았다면 평생 김일성의 얼굴을 그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은 특정 화가에게만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그리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남한에 와서 자유롭게 김일성 김정일 얼굴을 그리면서 더는 그들은 조선의 태양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선무:

초상화 밑에 저 꽃 이름이 ‘김일성화’입니다. 그리고 핑크색을 배경으로 한 것은 김일성이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생각하는 핑크빛 세상이었습니다. 말만 번지르르하죠. 김일성은 북한에서 태양으로 추대받고 있거든요. ‘김일성화’ 꽃의 모양이 영어로 ‘NO’라는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조선의 태양이 아니다. 무슨 조선의 태양이냐 반문하고 있습니다.

또 김정일에게 근엄한 국방색의 군복 대신 분홍색의 나이키 운동복을 입혀 우스꽝스러운 인상을 만들어 낸 작품은 북한에도 서방의 상품이 넘쳐나길 바라는 개혁•개방의 소망을 표현했습니다. 선무 씨의 작품 소재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유치원 복장을 한 어린이들이 똑같이 노래를 부르는 ‘행복한 어린이’는 북한 세뇌교육의 모순을 꼬집고 있습니다.

선무 :

어린이들은 아직 의식이 완성됐다고 할 수 없잖아요. 깨끗하고 순수하죠. 그런 아이들조차도 정치 도구로 이용하고 체제 유지를 위한 유니폼을 제작해서 입히고 세뇌하고 그런 모습들이 안타까웠습니다. 저도 어릴 적에는 북한이 전부이고 김일성과 김정일이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마냥 행복했습니다. 노래 부르는 아이들처럼. 그런데 그 세상을 나와보니까 내가 그런 곳에서 속으면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처럼 선무 씨의 작품은 소재가 대부분 북한과 관련돼 있어서 처음에는 남한에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9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비엔날레에서 김일성의 초상화를 그린 ‘조선의 태양’이 전시될 예정이었지만 주최 측이 정치적 논란을 우려해 작품을 떼어낸 수모를 겪는가 하면 앞서 2007년 선무 씨의 첫 전시회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을 담은 '조선의 신'이라는 초상화에 대해 일부 관람객이 반발해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관람객들이 그림 속의 북한 인공기가 뒤집혀 있는 모습을 눈치 채지 못한 까닭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선무 씨는 북한에 대한 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북한 체제의 모순과 주민들의 고통, 변화에 대한 소망을 끊임없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선무 씨 자신이 북한에서 굶주림과 고통을 경험했고 지금도 부모 형제가 그곳에서 살고 있기에 북한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선무 :

거기 내 부모와 형제가 아직도 있는데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어떤 사람은 북한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네가 남한에 왔으니까 새로운 세계를 생각하라고. 나는 그럴 수 없다. 부모와 형제가 지금도 사는 데 외면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을 외면하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요? 오히려 더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무 씨는 자신의 그림이 세상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모르겠지만 그림을 통해 북한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 또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선무 :

남과 북의 엄청난 차이를 알리고 싶습니다. 남쪽에서는 북을 안다고 해도 방송에 나오는 것만으로는 안다고 할 수 없지요. 나는 분단과 남북의 다른 생각을 꼭 얘기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