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 이 시간에는 박선영 의원과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문:
이번 동남아 방문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입니까?
답:
탈북자들이 탈북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우리 정부가 그동안 탈북자들의 실태와 탈북자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서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탈북자와 관련된 입법을 위해서는 정확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에 동남아를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문:
동남아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답:
한마디로 인간의 존엄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탈북 경로는 몽골이나 러시아로 가는 북방길이 있고 동남아시아로 가는 남방길이 있습니다.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동남아시아로 가는 남방길로 오는 탈북자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계속 억압하고 강제로 송환을 하니까 이 사람들이 탈북하는 그 순간부터, 특히 여자들은 인신매매의 사냥감이 됩니다. 그것을 모면한다고 해도 중국 대륙을 가로 질러서 동남아 국가까지 오기에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문:
탈북자들이 중국 대륙을 건너서 목숨을 걸고 동남아 국가까지 가는 것은 한국에 가려는 간절한 소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탈북자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기대는 무엇입니까?
답:
일단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배가 고프고 굶주리고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던 북한의 경험 때문에 남한에 가고 싶어 합니다. 제가 만났던 탈북자 중에는 어엿한 직장을 가진 분들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간호사들도 나가서 일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배급을 탄 적도 없다고 합니다. 이번에 가서도 30명 이상의 탈북자들을 독립적으로 면담을 했는데요. 북한에 살 때 한국에서 보낸 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일단 대한민국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기회가 되면 한국으로 오려고 무지하게 고생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고생을 하신 분들이 그렇지 않은 분보다 더 마음이 넓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 우리는 행복합니다라는 애기를 하셨을 때 입니다. 자신들은 그래도 동남아까지 와서 한 달이나 두 달 후면 한국에 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은 소원을 성취했고 희망이 있는데 자신과 함께 나왔던 탈북자 중에는 잡혀 갔거나 도중에 죽기도 하고 행방불명됐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문:
동남아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의 인권 상황은 어떻습니까?
답:
태국은 제가 감사하고 싶은 나라입니다. 태국의 경우 비록 비좁기는 하지만 탈북자들만 따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해서 수용하고 있었고 잘 돌봐 주고 있었습니다. 라오스의 경우는 한국, 북한과 동시에 수교한 나라지만 북한과 역사적으로 더 가깝다 보니까 그 정도의 혜택은 받지 못하고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그러나 라오스까지 와서 한국 대사관을 찾아 오신 분들은 대사관 안에서 보호를 하고 있어서 환경은 태국보다 좋습니다. 태국이든 라오스든 일단은 도착해서 대사관이나 태국 당국에 수용 되신 분들은 마음만은 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
동남아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이 마음만은 편하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러나 개중에는 브로커한테 인권 침해를 당한 탈북자들도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탈북 브로커의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브로커라는 용어가 한국 사람들에게는 부정적입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한국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브로커들은 대부분 양심적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어느 사회나 그렇지만 미꾸라지 몇 마리가 그 사회를 흐리듯이 제가 확인한 불법 행위는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특히 탈북자들이 대부분 여성이다 보니까 여성에 대한 성적 유린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래서 성인 여성들의 경우는 지난 삶이 쓰리고 아프니까 몇 번 당한 성적 유린은 그냥 묻어 두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에 가슴이 아팠던 사건 하나는 미성년자가 브로커로부터 성적 유린을 당하고 그 상처로 인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생활하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손을 게속 뜯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소녀에게는 미국에 보내 주겠다고 감언이설로 속여서 다른 일행들로부터 분리하고 감금한 상태에서 짐승같은 짓을 해서 굉장히 분노했습니다. 다행히 한국 정부가 수사 의뢰를 했기 때문에 곧 전모가 밝혀질 것입니다.
문:
현재 그 소녀는 어떤 처우를 받고 있습니다.
답:
소녀는 한국 대사관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대사님께서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곧 한국에 올 것입니다.
문:
올해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자의 수가 2700여 명이 넘어 섰고 탈북자의 수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탈북자 수용 정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입니까?
답:
탈북자 문제는 통일을 위한 연습이라고 봐야 합니다. 탈북자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통일된 후에 대한민국이 성공적으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헌법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브로커에게 후불을 주기로 하고 입국합니다. 그 후불은 정착 지원금에서 빠져 나갑니다.
조사에 따르면, 요즘 한국까지 오는 브로커 비용이 약 300만원에서 400만원 정도입니다. 얼마 되지 않는 정착 지원금에서 이 돈을 지불하고 나면 살기가 힘들어 집니다. 살기가 힘들게 되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고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하기가 힘들게 됩니다. 나중에 통일이 되어 북한 주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오게 될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탈북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정착 지원이 필요합니다. 삶을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직업과 교육 등 조직적인 지원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