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 남한살이] 음반가게(2)-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를 자유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한자 말이 있습니다.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이란 뜻이 합쳐진 말인데요.. 인간이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을 뜻합니다. 이런 우리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주는 것... 뭐가 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노래도 우리에게 그런 역할을 해줍니다. 그래서 완성도나 예술성, 사상과 체제, 이런 것을 떠나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담은 진솔한 노래들이 더 많이 불려지고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알뜰살뜰 남한 살이>,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이런 다양한 감정을 전해주는 남쪽 노래에 대한 얘기입니다.

탈북자 김태산씨 이현주 기자가 음반가게에 나가봤습니다.

저희가 나온 이곳은 서울 대형 서점 안에 자리 잡은 음반 가게입니다. 점심 시간에 접어드는 시간, 음반 가게 옆, 커피집, 책과 문구를 파는 곳엔 사람이 많은데요.. 그에 비해 이 음반 가겐 한산합니다.

한산해요..

이런 한산한 음반 가게는 인터넷 상점 등에 밀리는 현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쪽에선 7, 80년대 LP, 레코드 판과 카세트 테잎이 전성기였습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 초엔 CD(알판)이 각광을 받았고 90년대 중반부터는 MP3로 대표되는 컴퓨터 음악 파일이 등장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음반시장엔 큰 영향을 줬습니다.

MP3 등장 이전엔 인기 있는 노래 한곡을 듣기 위해, 그 노래가 들어있는 CD나 카세트테이프를 사야했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맘에 드는 노래만을 손쉽게 골라 들을 수 있으니.. CD나 카세트테이프의 판매량은 자연히 내려갔습니다.

북한에서는 CD는 나오는 것이 없고 해외로 내보내려고 하는 것은 있지만 테이프만 좀 판매를 합니다. 파는 곳도 주로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외화 상점이죠. 우리도 한 번씩 구해듣고 하는데 노래도 지정돼 있고 하니까 한번 듣고는 다시 듣지는 않습니다.

북쪽에선 지금이 카세트테이프에서 알판, CD로 옮아가는 단계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요.. 개방이 되면 이런 사정은 빠르게 바뀔 겁니다.

2007년 통계를 보면 남한에선 매일 300곡 정도의 새로운 노래가 발표됐습니다. 미국과 일본, 제 3세계 노래를 모두 합하면 남쪽 음악 시장엔 월간 2만곡 정도의 새로운 노래가 소개된 것입니다. 정말 쏟아져 나온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데요.. 그러나 이렇게 많은 노래 중 대중에 기억에 남는 노래는 겨우 몇 십 곡 정도일 겁니다.

북쪽에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노래가 있는데 휘파람 같은 경우 90년대 중반에 나왔는데 영화 주제가였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주로 이 영화 음악, 영화 주제가를 좋아하는데 이유는 영화는 주로 인간들의 생활을 다루니까 영화 음악들은 그래도 조용하고 서정적으로 그러니까 좋아해요. 그래도 그것도 몇년 유행하곤 뭐…

한국은 히트곡이라는 게 있잖아요.. 영어로 히트 쳤다..뭐 이런 뜻인데요. 그야말로 한방을 날려버린 그런 인기 있는 노래다..이런 건데요. 남쪽엔 이렇게 히트곡이 나오면 여기서 많이 나오고 그런데 북쪽에선 이런 유행은 어떻게 도나요?

젊은 청년들 속에서 많이 불려요, 봄철 가을철 야외에 나아서 음식 먹고 그렇게 노래를 틀어놓고 놀때가 있는데 이때 히트곡이라는 게 불리죠.

김 선생이 방금 소개한 '휘파람'은 '반갑습니다' 등과 함께 남쪽에 소개되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반대로 남쪽 노래도 중국을 통해 북쪽에 들어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남쪽 국가 정보원에서 몇 년 전에 이에 대한 재밌는 조사를 했습니다. 바로 '북한 사람에게 인기 있는 남한 가요'라는 조사였는데..

1위는 지금 들으시는 최진희 사랑의 미로 , 2위 한명숙의 노란셔츠 입은 사나이 3위는 김범룡의 바람 바람 바람 이었습니다.

이 노래들은 시간이 좀 흐르긴 했어도 남쪽 국민들에게도 크게 사랑을 받았던 노랩니다.

이렇게 보면 북한에서 히트치는 노래, 남쪽에서 히트 친 노래 뭐 비슷한 것 같습니다.

네, 북쪽이 점점 따라가는데 80년대 좋아했던 노래들 북한이 지금 따라가거든요. 지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도 5-6년 뒤에 북쪽에 들어가면 젊은이들이 많이 좋아할 것입니다.

이런 인기있는 노래..히트곡은 세대를 가르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같은 세대는 알고 있는 노래, 좋아하는 노래가 비슷하고.. 또 젊었을 때 인기 있었던 노래를 들으면 좋았던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겁니다.

김 선생은 젊은 시절 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으세요?

노래 자체가 거의 체제의 정당성을 심어주는 노래, 수령을 우상화 하는 노래였기 때문에 젊은 시절의 노래를 생각해보자면 생각하기 싫어요. 당이오 수령을 노래하네.. 지금보면 내 인생들을 그들은 허무하게 바친만큼.. 20-30대 부르던 노래를 다시 부르긴 싫어요. 이제 아무 의미도 없죠.

남쪽은 자본주의 북쪽은 사회주의입니다. 양쪽이 체제가 다르긴 하지만 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남북에서 불리는 노래는 참 틀립니다.

근데 참 모순인 것 같다. 저희가 방송에서 음악을 틀면 사랑 일색이에요. 사랑 타령 보다 어쩌면 체제나 사상을 주제로 한 노래가 더 중요할 수 있는데요, 참 사람들이 이런 사랑 노래를 더 좋아한단 말이죠.

물론 그렇죠. 인간이라게 그렇지 않습니다. 수령이라든가 당에 대한 노래는 자기 가정과 형제, 이것은 다 버리라. 오직 수령 하나만을 따라라 오직 체제에 몸을 바쳐라 노래하죠. 그러나 인간에게 자기 형제를 떼내고 가족과 가정을 버려라 한다는 건 참 답답한 거죠. 지금보면. 가정에 대한 애착과 부모에 대한 존경과 형제에 대한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이것이 없이 어떻게 인간이라고 하겠어요? 이것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존재해야 나라도 사랑하고 수령도 존경할 수 있고 그런 것이지 그것을 떠나서 수령, 체제 위해 살라는 것은 인간이기는 포기하고 목석으로 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보면 참…인간에게서 인간을 떼어버리는 체제였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적으로 듭니다.

최근 남쪽에선 인기 가수의 장윤정의 첫사랑이라는 노래에 탈북자가 소해금을 연주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감정적인 노래 가사에 애절한 소해금 연주가 참 잘 어울렸는데요.. 김 선생은 남쪽에서 듣는 이 소해금 소리가 북한에서와 달랐다고 합니다.

아 참..해금소리가 참 애처로운데가 있잖아요.. 그런 소리를 가지고…아 참 그래서 해금이 북한에서는 뜨질 못합니다. 거기서는 용감성과 용기가 넘치는 노래를 부르다 보니까 해금은 뒷자리로 밀려나죠. 그러나 이 나라와 같이 아주 사랑에 대한 인간애에 대한 노래를 할때는 해금소리가 또 맞는 거에요. 북한에서 해금하면 소외된 악기죠. 여기와서 그 소리를 들으니 저 소리가 저렇게 좋았구나 새삼 느끼게 되서 참 좋았습니다.

노래를 보게되면 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의 사람들을 반영하는 것이 노래입니다. 그래서 빨리 시대를 타서 변하는 것이 노래인데 이것은 강요로써 해결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내가 부르고 싶을 때 불러야 그것이 진정한 인간의 자유라고 행성된 시대라고 볼 수 있는데.. 북한에도 꼭 그렇게 자기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참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이현주 김태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