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융제재 논란으로 6자회담 전망 불투명

북한의 위조지폐와 돈세탁같은 불법행위에 대해 미국이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이 문제가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풀 수 없다고 못박고 있는 반면에, 북한은 미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차기 6자회담에 나오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알렉산드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는 7일 남한 언론인 모임에 연사로 나와 북한 정권을 범죄정권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미국의 고위 외교관이 북한을 범죄정권이라고 부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버시 바우 대사는 북한은 마약을 밀매하고 위조지폐를 만드는 정권이므로 금융제재를 풀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9월 북한이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을 통해 위조지폐를 유통시키고 돈세탁을 해왔다고 발표하고 10월에 미국 금융기관들이 이 은행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일종의 경제 제재를 취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에서 북한은 금융제재를 풀라고 미국에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양자회담을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요구를 미국이 거부하자 다음 6자회담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습니다.

반기문 남한 외교통상부 장관은 7일 6자회담 참가국들이 표현을 자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서로를 자극하는 표현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회담이 제대로 이어질지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한은 일단 6자회담 참가국들이 이달 하순에 남한 제주도에서 비공식적으로 만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지만,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이같은 사태전개에 대해 미국 사회과학원의 레온 시갈 (Leon Sigal) 박사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행정부안의 강경론자들이 북한과의 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북한의 불법행위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igal: The hardliners are essentially using these other issues to impede dialogue.

지난 4차 6자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성명에 나와 있듯이, 북한은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핵무기와 핵개발 계획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고, 구체인 이행방법을 협상하는 일만 남아 있다고 시갈 박사는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6자회담 수석 대표가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한과의 협상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강경론자들이 북한의 불법행위를 들고 나와 일의 진행을 막고 있다고 시갈 박사는 말했습니다.

반면 미국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Larry Niksch)는 미국 재무부의 금융제재 조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내려진 것이지 특별히 6자회담의 분위기를 바꿀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Niksch: I don't think it was a specific move aimed at changing the tone of six-party talks at all.

오히려 북한이 금융제재를 문제 삼아 6자회담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게 닉쉬박사의 설명입니다. 닉쉬박사에 따르면 북한은 그전에도 뭔가 꼬투리를 잡아서 회담을 지연시키는 전술을 보여 왔습니다. 이렇게 6자회담을 한없이 교착상태에 빠뜨림으로써 북한은 핵개발 계획을 이어가 군부를 안심시킬 수 있고, 미국과 남한 그리고 미국과 중국을 이간질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김연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