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예술단과 응원단 등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입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이 예술단과 응원단 등을 사상적으로 무장시키기 위한 사전 교육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이들이 한국에 오면 더욱 강도 높은 통제를 받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방한할 예정인 400여 명의 북한 예술단과 응원단은 모두 젊고 미모가 뛰어난 여성들로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북한 당국은 이들의 파견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교육도 철저히 진행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예술 관련 직종에 종사했던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해외 파견단의 일원으로 뽑히기는 쉽지 않습니다. 빼어난 외모와 좋은 출신 성분은 물론 사상적으로 완벽하게 무장돼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북한 당국이 금기시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방문하기 때문에 사전 교육을 철저하게 받아야 합니다.
함경북도 예술단 출신의 탈북자 조미영 씨는 북한 당국이 예술단과 응원단을 대상으로 말과 행동, 표정 등 미묘한 부분까지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과거 북한 당국이 한국에 응원단을 파견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더욱 철저하게 교육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미영 씨 : (예술단과 응원단들은) 이번에 한국에서 사람들을 많이 접할 겁니다. 어떤 질문이 나왔을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어떤 질문에 회피해야 하는지, 인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미소는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교육시킬 것 같습니다.
러시아와 동유럽 등 해외 공연을 다닌 바 있는 평양 예술단 출신의 최미연 씨는 “파견 전 가장 먼저 받는 주의 사항은 ‘남조선인과 접촉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접촉하는 한국 사람들은 모두 ‘정보 요원’이라고 속이며 “납치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합니다. 또한 해외에 파견되는 인원들은 북한 밖에서 보고 들은 내용은 발설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각서’도 써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해외 파견단을 대상으로 교육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사상적인 무장’이 돼 있는지 여부입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교육 목표는 사상성과 충성심 유지”라고 말합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혹시 (파견지에서) 탈북하거나 마음이 동요가 일어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무리 출신 성분이 좋은 사람들이라지만 '견물생심'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우려가 많을 겁니다.
북한 당국이 예술단과 응원단의 사상적 동요를 막기 위해 한국 현지에서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평소보다 잦은 생활총화로 예술단과 응원단을 단속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술선전대 출신인 탈북가수 한옥정 씨는 “예술단은 이미 사상적으로 준비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국에 파견되기 때문에 더 강화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옥정 씨 : 응원단은 예술인이 아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생활총화를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는 그들도 자주 총화할 것 같습니다. 이틀에 한번 정도는 할 겁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예술계 종사자들은 이틀에 한번꼴로, 일반인들은 일주일에 한번꼴로 생활총화를 합니다. 예술인들은 외국 문물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어 사상적 동요가 일어나기 쉽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상적으로 완벽하게 무장해야 체제 선전의 임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안찬일 소장은 이런 예술인들로 조직된 예술단도 한국에 와서는 매일 생활총화를 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평양 예술단 출신의 최미연 씨는 “해외 공연차 출국했을 당시 외국 호텔에서 이틀에 한번 구두로 생활총화를 했다”면서 “장소가 마땅하지 않으면 산책을 하며 총화한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