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역전과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흡연하는 여성들을 집중 단속하고 자본주의 문화를 조장하는 행위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의 보도입니다.
2005년 '담배통제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20년 11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금연법'을 채택한 북한.
환경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금연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며 선전과 통제를 이어왔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외화벌이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담배공장과 담배회사들이 각종 담배를 대량 생산해 유통함으로써 흡연율 증가를 유인했기 때문입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11일 "당국이 통제해도 남성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막지 못한다"며 "최근에는 일부 여성들도 담배를 피운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도시를 중심으로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이 늘어나자 당국이 이달 초부터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남성들의 흡연은 당연한 것이지만, 여성들의 흡연은 자본주의 날라리 문화를 조장해 사회주의 문화를 무너뜨리는 반사회주의 행위로 처벌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왔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어제(10일)도 신의주 안전부가 식당과 장마당을 돌면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을 단속했다"며 "이런 단속은 처음이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집중 단속에 지난 10일, 신의주 개고기식당에서 식사 이후 담배를 피우던 40대 여성 두 명이 걸려들었고, 안전원은 이들에게 벌금 (내화) 3만원($3.6)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다시 또(두번째로) 여성이 담배를 피우다 단속되면 벌금 10만($12)원, 세 번째 걸리면 1개월 노동단련대 수감될 것이라고 안전원은 엄포를 놓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도 "이달 초부터 안주에서는 도 예술극장 주변에 자리한 식당마다 사복차림 안전원이 들락거린다"며 "담배 피우는 여성을 잡아내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도 예술극장 주변 식당에는 예술인 여성들과 돈주 여성들이 많이 온다"며 "이들 속에는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이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여성들은 담배를 피워도 몰래 피웠다"며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00년만 해도 북한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여성들의 시장활동이 점점 넓어지고 돈주로 성장한 여성들 속에서 흡연이 늘어나자 점차 담배를 피우는 여성이 '신여성'으로 인식되어 젊은 여성들이 따라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흡연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북한 사회 현상은 여성의 욕구를 끊임없이 억압해온 북한 당국에 반항하고 있는 여성들의 마음이라는 전문가의 분석도 있습니다.
한국 동국대학교에서 북한 여성과 사회를 연구하는 윤보영 연구원은 북한 여성들의 흡연 현상은 억압에 반발하는 행위라고 평가했습니다.
윤보영 연구원: 여성들의 권리가 신장되고 여성의 능력이 발휘될수록 금기를 깨는 행동을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머리도 단정하게 묶어야 된다고 하고 옷을 잘못 입으면 통제하고 있는 북한에서 담배 피우는 여성을 신여성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여성의 헌신이라고 꾹 참고 감내만 했던 것에서 벗어나 주체적 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이어 윤 연구원은 남성의 향유물로 여겨져 왔던 흡연을 여성들도 똑같이 하는 현상은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으로 향후 북한 사회 규범에 균열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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